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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cktail Blues

009 - 노을

Cocktail Blues

by 유정

하루가 긴 듯 짧았다. 어제저녁 음주로 어젯밤이 너무 짧았고, 숙취와 면담으로 아침이 너무 길었고, 모처럼 주의 산만하여 오후가 짧았다. 지금도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앞선 두 문장을 쓰기까지 기획안 보고 모바일 게임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기획안에 한 문장 쓰고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다 모바일 게임을 하다 말고 메시지를 보내고 시팅 예약을 확인하다 명함 디자인을 하다가 다시 모바일 게임을 실행해 놓고 다시 돌아왔으니 다시없을, 주의력 결핍 수준의 산만함이다). 아무튼,

산만한 나를 진정시키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숨 막히는 노을을 만났다. 묘사 의지가 꺾이게, 사진에 담으려야 담을 수 없게 아름다웠다. 뜻밖의 선물이 산만함에 기름을 부은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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