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와 소주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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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우리동네 사람들’과 랍스터를 먹으러 갔다. 랍스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저 고기나 먹으러 가면 좋겠다 했는데, 랍스터를 먹으러 가야 한다고 해서 랍스터를 먹으러 갔다. 랍스터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랍스터 옆에 있는 고기를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예약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그럴 땐 늘 그렇듯 우리동네 구성원 중 똑 부러지게 예약 잘하는 ㄹ이 어렵사리 예약을 했고, 다들 랍스터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더랬다. 나는 그저 소주가 있으려나, 소주가 없으면 그 비슷한 뭐라도 있겠지, 그 비슷한 뭐가 좀 비싸더라도 회계를 담당하고 있는 ㅁ이라면 기꺼이 사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늦지 않게 약속 장소에 도착해 랍스터 파는 곳으로 보무도 당당히 걸어갔다. 예약을 확인하고 테이블에 도착하자마자 다른 구성원들은 랍스터를 찾아 떠나고, ㄱ와 나는 자못 심각하게 술을 주문했다. 참이슬 라인이 1종도 없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처음처럼을 주문했다. ㄱ의 자리와 내 자리가 멀어 따라주기 힘드니까 소주는 2병을, 소주를 못 마시는 일행을 위해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330ml짜리 병맥주가 나와서 또 한 번 놀라웠지만 맥주를 마실 ㅇ은 랍스터에 정신이 팔려 개의치 않았다). 그 후로 두 시간 정도 먹고, 마시고, 또 먹고, 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고, 랍스터도 처음 먹어보았다. 맛있는 걸 먹으면 소중한 사람이 생각난다는데,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를테면 닭을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닭을 먹고, 회를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회를 먹는 식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어차피 나는 무얼 먹든 맵지만 않으면 다 맛있게 먹는 편이라 더 그런가 싶기도.


먹고 마시는 동안 우리는 랍스터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는 이야기도 하긴 했지만 자질구레한 근황이 업데이트되지 않아 이내 시들해지고, 다음에 예약할 식당이나 숙소, 차편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굳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둘러앉아 네가 더 먹었니, 내가 더 먹었니, 네가 안 마셨네, 내가 더 마셨네 투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따뜻하고 든든해지는 사람들이다. 굳이 지금의 일상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디가 맛있니, 뭐가 맛있니, 마시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느니 심상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여기’와 ‘지금’이 또렷해지고 따뜻하고 든든한 어떤 것도 덩달아 또렷해지는 사람들이다.





주] ‘우리동네 사람들’은 2008년 5월, 어느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모두 다른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퇴근하면 한데 모여 회사 근처 술집을 전전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모든 날들의 퇴근 후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러느라 다들 오동통해졌고, 그러다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이 생겼고, 모두 다른 회사로 흩어지고도 지금껏 만난다. 만나는 날이면 낮부터 먹고 마시는 건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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