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Writer
편의점에서 닭근위볶음을 발견하고 정말 기뻤다. 정말 세상에는 배우신 분들이 많구나 싶었다. 양도 제법 푸짐하고 마늘 듬뿍이라 좋고, 청양고추까지 듬뿍인 건 좀 아쉽지만 맛나게 만든 닭근위볶음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참말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편의점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더 열심히 사 먹었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것인가 싶어 슬퍼지려는 참에 온라인마트에서는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오뚜기라니. 정말 배우신 분들. 브랜드마다 먹어보았지만 단연 오뚜기가 최고다. 가장 덜 맵고, 닭근위 품질도 좋고, 오뚜기니까 또 좋고.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반 병 이상 남으면 집에 가져오는데, 오늘의 소주는 그렇게 가져온 소주다. 그렇게 모아둔 반 병짜리 소주가 두 병. 1+1=2라는 공식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남은 음식도 싸가는 마당에 술이라고 안 될 것이 뭐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종 남은 술을 챙겨 온다. 유리병이라 좀 거추장스럽긴 하지만 술 마시고 싶은데 나가기는 귀찮을 때 유용하다. 모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 먹고 마셨다. 아유, 동백이. 아휴우, 향미. 어휴우, 황용식 씨. 아유, 아유우.... 시간이 훌쩍 지나가니 술도 다 비워지고 접시도 다 비워지고. <동백꽃 필 무렵>의 여운에 휩싸인 채로 뒷정리를 하다 문득 이래서 되겠나 싶어 졌다.
갑자기? 갑자기. 정말 뜬금없는 전개이기는 하지만 닭근위볶음을 품고 있던 플라스틱 그릇을 닦고 보니 버려야 할 플라스틱이 한아름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간편식 용기를 포함해 각종 포장재를 분리수거하려고 모아 둔 것이 꽤 되었다. 뜬금없는 전개는 한 발 더 나아가 한 몸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데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특히 먹이는데 필요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 매 끼니 직접 요리하기에 물리적인 시간은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버려지는 재료도 솔찮허고, 간편식을 사 먹자니 온갖 포장재가 집을 가득 채울 지경이고, 물건을 살 때는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고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는 이상 분리수거할 때 분리한 재활용 쓰레기를 담아낼 봉투는 또 필요한 상황. 먹는 것을 줄인대도, 사실 지금 꽤 줄인 편이기는 한데 그래도 버릴 것은 넘쳐난다. 그냥 나 하나 버리면 깔끔할 것 같은데, 나 하나 버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일단 나는 그냥 둔다고 하더라도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 어쩐지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문제의 꼬리를 붙들고 맴맴 돌다가 평소보다 조금 더 꼼꼼히 분리수거를 했다. 지금 당장 그거 말고 무얼 더 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