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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에게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난 후로 지금까지 ㅅ은 나에게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로 1주일이 지났으니 또 한잔 마실 때가 되었고, ㅅ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묻지 못한 미안함이 있었고, 그래서 또 만났다. ㅅ이 동네로 왔다. ㅅ을 기다리는 동안 동네 꽃집에서 튤립 한 송이를 샀다. 꽃집 주인이 말하기를 튤립의 이름이 별 튤립이라고 했고 꽃잎 가장자리가 구겨진 모양이 정말 별처럼 예뻤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ㅅ은 튤립 한 송이에 온 얼굴로 웃었고 먼저 안무를 묻지 못한 미안함이 조금 가셨다.
기분 좋게 술 마시기 적당한 가게를 찾다가 들어간 곳은 기본 안주로 내어주는 오이의 향이 싱그러웠고, 콩나물국이 정말 개운했고, 제육볶음에 고기가 푸짐했다. ㅅ은 그동안 나로 인해 생각하게 된 것들을 이야기했고 나는 들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ㅅ은 나와 다른 사람이었고, 여전히 다르고, 앞으로도 다를 테지만 또 비슷한 구석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신기했다. 이렇게나 다르고 잘 모르는 데다 알 수 없는 사람을 이렇게나 오랜 시간 만나 함께 술을 마신다는 것이. 우리는 즐거웠다. 어떤 무게도 없이, 무엇도 가늠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제각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만큼 했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했고 술은 달았다. 술이 달아 이야기가 달고 이야기가 닳는 동안 술도 떨어져 버렸다. 그런데도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다른 가게를 찾아가기로 했다.
부쩍 쌀쌀해진 밤, 적당한 가게를 찾아 걸으면서도 우리는 기분이 좋았다. 좀처럼 취하지 않았지만 적당히 취기가 올랐고 ‘그 날’의 상처에 이제야 연고를 발랐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지난여름,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으르렁거리던 그 계절이 못내 밉고 싫고 힘들었어도 그 덕에 ㅅ과 내가 여전히 친구로 건배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또 좋았다. 두 번째 가게에서는 통오징어를 주문했다. 우리는 함께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때, 보고 싶다고 혼자 울기보다 영상통화를 하면 된다는 것을 ㅅ에게 배웠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계속 우리들의 얼굴만 비추었고, 실망할 무렵 갓 아기를 낳은 ㅈ의 얼굴을 비춰 주었다. 아, 쓰고 보니 스마트폰 영상통화가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그 거울’ 같아서 살짝 소오름. 정말 ㅅ과 나는 거울아 거울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보여줘,라고 주문 걸 듯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살짝 보다 조금 더 소오름. ㅈ과 ㅈ의 아기와 ㅈ의 남편과 번갈아가며 이어지지 않는 반가움과 탄성과 그리움을 한데 섞어 한껏 소란한 영상통화가 끝나고 우리의 술자리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