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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오라기 Nov 13. 2020

추천 리뷰 4) 데빌 메이 크라이5

게임과 맛집은 별점만 믿지 말자


악마도 눈물을 흘릴까?




제목부터 슬쩍 중2병적인 <데빌 메이 크라이>5를 플레이했다.



게임 계보로 세대를 분류해 본다면 나는 슈퍼마리오 세대에 속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패미컴 비슷한 콘솔 게임기가 집에 있어서 동키콩과 버블버블 같은 것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플스2와 3가 유행할 당시에는 고가의 콘솔을 구매할 돈도 설치할 공간도 없는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PC방에 주로 다녔다. 플스3 시점부터 슬슬 막차를 타서 최근에는 콘솔 쪽으로 환승을 마쳤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한 것은 내가 플스4에 이러서야 데메크를 처음 해봤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1. 생각 없이 버튼을 누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거나 2. 컨트롤에 자신이 없지만 액션 게임을 해보고 싶은 3.음산한 분위기를 좋아하지만 공포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닌플레이어에게 추천할 만하다. 더불어 단시간 내 게임 엔딩을 하나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이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추가 미션이나 달성과제를 노리지 않고 쭉쭉 해 나가면 20시간 안팎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


더불어 게임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다든가 누군가 블러드본이 너무 어려웠다는 글을 올리면 님들의 낮은 수준이 개발자들을 괴롭게 하는겁니다만? 이라는 댓글을 달며 이상하게 난이도에 집착하는 유저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나도 잘 모르긴 하는데, 데메크 시리즈의 줄거리를 45자 내외로 설명하자면 악마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악마의 아들인 주인공 단테가 나쁜 악마를 물리치는 악마 밀집도가 상당한 게임이다. 데메크5 안에 시리즈의 줄거리를 요약해 둔 영상이 있으니 보면 좋다.


자기애에 취한 단테



액션 게임은 좋아하지 않고, 타이틀에 데빌 어쩌구 하니까 나는 또 무지 어둡고 까다로운 게임인 줄 알고 그동안 손을 대지 않았다. 막상 해보고 나니 예상과는 다르게 플레이도 쉽고 전개가 시원시원했다. 최근에는 그래픽이 좋아지고 물리엔진 발달로 컨트롤이 용이해지면서 어렵지 않은 조작을 통해 연출이 화려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편이다. 올드팬이라면 데메크5의 난이도가 낮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다 때려뿌수면 되는데 버튼 입력 조합에 따라 캐릭터가 무지 화려하게 움직인다. 플스 컨트롤러에 있는 열댓 개의 버튼 중에 두세개 정도만 잘 눌러도 비주얼이 꽤 쏠쏠하다. 이건 데메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몬스터헌터처럼 대형 보스를 때려잡는 것이 주요 미션이므로 귀찮게 필요 이상으로 잡몹을 죽일 필요도 없고, 보스전 또한 다양한 공격 동작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때리기만 하는 건데도 재밌다. 더불어 데메크5에만 있는 시스템인 듯한데 그냥 △버튼만 눌러도 복잡한 버튼을 눌러서 만든 콤보 액션을 자동으로 연출해 주는 플레이 모드를 택할 수도 있다. 여러 모로 초보들을 배려해준 게임이다.



임팩트가 좀 오도방정이긴 한데 그것도 매력



그렇다고 기존 유저들을 배제하지도 않았다. 주워듣기로는 데메크는 메인은 얼른 깨버리고 각 미션의 달성도를 높이는 재미를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설렁탕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먹을 줄 모른다며 깍두기 국물을 부을 것을 종용하는 오지라퍼의 느낌도 든다마는... 여튼 플레이 자체가 꽤 눈요기가 되므로 그런 식으로 해도 지루하진 않을 듯하다. 나는 그냥 보통 난이도를 택해서 쭉쭉 해나갔다. 보스전이 끝날 때마다 얼마나 다양한 공격을 넣었는지에 따라 S, A, B 등등의 등급을 매기는 데 S 이상의 평가를 몇 번 받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악마가 남긴 것은 예상치 못했던 중2병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아직도 그러고 있는데 뭔가, 뭐라고 해야 하나 데메크에는 미묘한 촌스러움? 이 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제작사들의 게임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배경이 서양일 경우 고증과 모델링이 좀 촌빨 날린다.




이런 대사



일단 캐릭터들의 대사와 억양이 영어권 백인들의 쾌활한 말투를 따라하는 일본어를 다시 번역해서 그런지 몇십 년 전 더빙을 보는 것처럼 어색하다. 정말로 어이어이, 악마 네 녀석 약해빠진 돼지에 불과하잖아? 수준의 대사가 남발한다. 성우들도 캡콤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지 연기가 영여유치원 동화구연보다 형편없다. 액션 게임에서 스토리 운운하는 것은 약간 반칙이니까 봐주기로 하고.



묘사 막 이런 거 



중간중간 나오는 몬스터 소개 문구라고 해야 하나 여튼 저 문장도 중2병이 뚝뚝 묻어난다. 덕분에 몬스터들의 위압감은 훨씬 반감된다. 무서우라고 써 놓은 건데 하나도 안 무섭다.



진짜 뭐라는 거냐



전반적인 디자인이 상당히 훌륭하긴 한데, 여기서도 뭐라 딱 집어낼 수 없는 유치함이 있다. 별 테마나 아이템 없이 크리쳐 컨셉만 잡아서 '이렇게 그리면 징그럽겠지' 라고 생각하며 만들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잭과 콩나무냐고요



그러다 보니 그다지 임팩트를 못 준다. 또 그게 데메크 특유의 별 생각없이 호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장점은 있지만, 맵 디자인도 게임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점을 좀 알아줬으면 한다. 더불어 어느 나라를 모티브로 했는지도 모르겠는 근본 없는 서양식 건물을 남발한 것도 일본스럽다.





그래도 어떻게 보면 덕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스타일은 확실히 잘 살렸다는 평가를 줄 만하다. 몇 컷 나오지도 않는 여캐들은 굳이 반쯤 벗겨 놓은 것도 일본다워서 평가를 팍팍 깎았다. 가격은 결코 그렇지 않지만 싼맛에 짧게 즐길 수 있는 편의점 컵떡볶이같은 게임이었다. 끝내고 나면 뭐가 남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도 비슷했다. 마지막으로 발번역 사진을 올리며 글을 마치려 한다.



'나이트메어(캐릭터 이름) 프리(자유롭게 해주기)'를 '나이트메어 무료'라고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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