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오라기 Nov 13. 2020

갓오브워와 라스트오브어스의 공통점은 아동학대

딸 구하기 스토리 지겨워 죽겠고요


2018년에 플레이스테이션 4를 기반으로 출시된 '갓오브워'타이틀은 사실 갓오브워 시리즈 중 4편인가 5편인가 그렇다고 한다. 아마 내가 갓오브워 3을 해보고 드럽게 재미 없어서팔아치운 다음에 나온 게 이거니까 4일 것 같다. 근데 왜 뒤에 숫자가 없냐고 하면, 롱런하는 게임 시리즈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란다. 예를 들면 슈퍼마리오6 이렇게 나오기보다 마리오3D, 마리오 브라더스 이런 식으로 타이틀을 바꾸는 거다. 갓오브워도 벌써 플스 2부터 있었던 시리즈라고 하니 뉴비들을 좀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지 싶다. 근데 삼국지 13은 잘만 나가드만?



갓옵워(네글자에서 세글자 되는건데 줄임말 쓰게되는 매직)는 그리스 신화인지 로마신화인지를 배경으로 한다. 둘은 비슷해 보여도 명백하게 차이가 있는데 갓옵워 배경이 둘 중에 뭔지 모르겠다. 둘 다인가? 뭐 중요한 건 아니다. 내가 알아야 되나? 단군신화나 알면 되지.  그리고 몰라도 게임에서 지들 멋대로 바꿔놓은 세계관을 설명 해주니까 괜찮다.



주인공은 탈모가 와서 흑화해버린 크레토스(전쟁의 신)이다. 전쟁의 신답게 막 다 때려뿌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제우스 때문에 가족을 다 잃어버린 과거가 있어 복수심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착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요즘은 이런 나쁜 주인공이 대세다. 무조건적인 영웅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이입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하지만 가발은 구할 수 없는...




짧게 말하면 갓옵워는 짱 재밌다. 구구절절한 서브퀘스트가 싫다면 메인만 해도 충분히 재밌다. 좀 아쉬우면 서브미션 하면서 레벨 노가다를 즐기면 된다. 크레토스 자체는 그리스 신화 인물이지만 이번 배경이 북유럽 신화다 보니 대륙별 컨셉이 확확 달라서 배경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몹들 때려뿌수는 것도 신선해서 좋다.






드래곤, 뱀, 거북이... 거대 파충류가 많은 편



대충 로브나 갑옷데기 찌끄려서 입혀 놓고 판타지 RPG라고 웅앵거리는 게임에 지쳤다면 꼭 해봤으면 한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다들 한 성격 하는 만큼 스토리도 괜찮다. 듣기로는 영미문화권 덕들이 이런 데 환장한다고 한다. 나한테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재밌는 건 맞다.





저게 손이다. 큼지막한 애들도 많이 나온다




이전 시리즈와 다르게 같이 다니는 쪼꼬미 한 명이 등장하는데 크레토스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야기상 이 게임 자체의 목표가크레토스가 아들인 아트레우스와 함께, 죽은 아내의 유해를 그의 유언에 따라 고향에 뿌리러 가는 여정이다. 근데 크레토스는 일가족이 다 죽었는데(심지어 자기가 죽임)...? 애는 언제 낳은 거고 어머니는 누구심...? 그거 자체가 스포라서 해보면 안다.






첨에 보고 아 뭐야; 싶은데 하다 보면 귀여워짐



크레토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트레우스는 전투에 꽤 도움이 된다. 마비노기로 치면 애완동물 같은 느낌인데 그것보다 보조를 더 잘 한다. 활로 적 공격을 늦추거나 패턴을 방해해 공격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 크레토스는 원래 행복한 가족이나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기 때문에 뿅하고 나타난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황스러워 하고 아이를 험악하게 다그치는 모습도 보이지만 게임 진행에 따라 - 당연하겠지만 - 점차 애정을 드러내며 애틋해진다. 플레이어들도 자연스레 동지애 비슷한 것을 키워가며 아트레우스가 적에게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혹사시키지 않는 플레이를 하게끔 변해간다.



뜬금없게도 나는 여기에서 어떤 게임이 떠올랐다.




라스트 오브 어스.2013년에 출시돼 200개 이상의 GOTY를 휩쓴 너티독의 초대박 타이틀. 나를 플스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아류작을 양산했으며 좀비/액션/RPG 장르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구적인 게임. 위처3이 나오기 이전까지 역대급 플스 타이틀이라는 평을 받은 수작이었지만 나는 이 게임에서 한 가지가 좀 웃겼다.



타이틀에서 왼쪽은 조엘, 오른쪽은 엘리다. 조엘은 친구의 부탁에 따라 어린 앨리를 좀 더 안전하다고 알려진 비밀 집단의 기지로 데려가야 한다. 당연히 가는 길에 좀비 및 약탈자들이 상주해 있고 이들을 물리치며 가는 것이 주된 미션이다. 반항적인 엘리는 강압적인 조엘에게 반감을 품고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결국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해 나가는 관계가 된다. 역시 플레이어 또한 시체가 터지고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통 속에서도 꿋꿋하고 씩씩하면서도 아이다운 순수함을 가진 엘리를 보며 애착인형급의 애정을 가지게 되고 이는 약 글로벌 게임 시장 소비자들의 85%가 손꼽아 기다리는 라스트 오브 어스2의 주인공을 엘리로 만들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물론 통계 수치는 내가 지어낸 것이다.



갑자기 분위기 고백각이긴 한데 나도 엘리가 좋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안쓰럽고 짠하기도 하다. 컨트롤 잘못해서 좀비가 엘리한테 달려가기라도 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도대체 뭐가 웃겼냐고 하냐면, 불쌍한 딸내미 캐릭터 좀 그만 팔아먹으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솔직히 물어보자. 우리는 아이를 좋아할까?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귀여운 아기가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줘야 할 것은 많은데 말도 안 듣고 타협하려 하지 않고 의사 표현을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으로만 하려는 아이, 머리 좀 컸다고 떼 쓰고 괴성을 지르면서 뛰어다니려 하는 아이, 사춘기가 막 오기 직전에 무서울 것 없이 아무 말이나 마구 해대는 아이들에 대해 잘 알거나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좋아하자거나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많이 낳아보자는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나도 나보다 어린 아이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함께 있으라고 하면 편함보다 불편함을 많이 느낄 것이다. 뭘 해 줘야 좋아하는지, 나를 방해하지 않고 말썽을 피우지 않을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과 같은 컨텐츠 속에서 '아이'라는 존재를 자기네들 맘대로 조각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이건 워킹데드 게임이 그랬고, 갓옵워가 그랬으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그래왔다. 스토리에서 아이들은 주인공의 약점이 되거나, 목표를 방해하고 사건에 긴장감을 부여하거나, 그런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면 주인공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보조 무기처럼 작동한다. 난 이런 장치가 싫다.



아이들은 혼자 있으면 안되고 보호해야 하고 지켜줘야 하는 존재가 맞다. 하지만 주인공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불평 없이 열심히 도와주고 감정적으로 어른처럼 그렇게 빨리 성장하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반드시 선하지도 않다. 그건 사회화로 학습되는 것이고 아이는 과정 속에 있는 미성숙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보호 받아야 한다. 그런데 게임에서 우리는 아이를 그렇게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도구처럼, 사용하고 있다.







이게, 구구절절 지적할 만큼 엄청 심각한 사회적 문제는 아니다. 성인보다 약한 존재인 아이의 특성상 스토리에 끼어들면 어쩔 수 없이 약자의 역할을 떠맡을 때가 많다. 내가 싫은 것은 우리의 이중성이다. 사춘기 청소년보다는 개나 고양이에 호감을 갖고, 7살 아이와 9살 아이의 차이도 모르면서, 필요할 때가 되면 아이들의 순수함과 연약함을 자기 성장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주인공을 만들어 소비하는 이중성을 비판하고 싶다.



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특히 이게 '아빠와 딸'이라는 구도에서 더 애틋하게 표현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왜 굳이 아빠에게 딸은 특별한 존재고 소중하게 지켜줘야 한다는 관념을 주입해서 스토리를 실감나게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실제 플레이어들은 애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귀찮아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지적하고 싶었던 이유는 이런 얘기가 이제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내는 일찍 죽고, 이쁜 아들이나 딸만 살아남고, 남자 혼자 세상의 고뇌를 등에 짊어진 척 하면서 누구랑 싸우고 이런 얘기는 이제 식상하다. 명분을 가진 주인공을 만들고 싶으면 그냥 주인공이 이룬 뭔가를 뺏는 스토리를 써라. 물론 가족이나 연인, 애완동물은 주인공의 정신적 의지는 될 수 있어도 성과나 업적이 될 수는 없다.피치 못할 경우를 제외하면 이런 존재들을 이야기 속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천 리뷰 4) 데빌 메이 크라이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