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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 7일을 근무하는 이유

by 도무지

정신없는 일을 선택한 후로, 인생이 달라졌다.

내 삶을 전혀 돌볼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일임에도,

주 7일을 근무하여 내 일상이 없음에도,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하루 나를 돌아볼 틈 없이 그저 숨만 쉬며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 요즘.

스트레스가 극단으로 치닫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이 벅찬 상태다.

이미 정신과 육체는 나를 놓아버린 지 오래고, 온몸으로 스트레스가 과부하 상태라며 소리 지르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만족도

수강생을 가르치고 끊임없는 후기와 감사의 인사를 들으며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이 마약 같은 기분을 놓을 수가 없다. 열정을 가하는 만큼 수강생에게도 그 마음이 닿는 것 같아 기쁨을 감출 수 없다.


둘째, 사업성

오롯이 나의 능력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이 일은 쉽지 않은 대신, 한 건의 성공이 이루어질 때마다 벅찬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매 프로젝트마다 성과가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성과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만큼 내가 이 일에 진심이고 흥미가 있다는 데에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즉각적인 피드백과 성장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아울러,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나 아이디어가 수용될 때의 기쁨과 타인이 하지 못하는 일을 이루어냈을 때의 쾌감 또한 매번 원동력이 되는 고귀한 감정이다. 일명 도파민 폭발.


셋째, 사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나를 의지하는 사람, 내가 의지할 사람, 감정을 공유할 사람, 프로젝트를 의논할 사람 등 모든 사람이 존재한다. 일하는 환경 중 인적 자원의 비중이 꽤 높은 나에게 이곳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비교적 낮은 편이라 가능하다.


넷째, 포기

승무원을 퇴사할 때,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친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퇴사를 강행했다. 다들 N잡러를 살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내가 할 일 하나쯤 없겠어?라는 당찬 포부였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고,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사업들을 벌여 보았지만 결론은 ‘배짱이 없으면 이도저도 안된다’였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내가 온전한 제2의 직업을 만들 때까지 버틸 예정이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제2의 직업에 대한 희망이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지만, 책임감 없이 도망치는 건 이제 그만.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주 7일 근무

사실 이 부분만 해결된다고 해도 업무 만족도는 130% 이상 올라갈 것이다. 출근과 퇴근이 매일 이루어지는 이상, 직장에서 벗어났을 때 ON AND OFF가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 해야 하는 업무는 내일 또 이어 해야 하고, 그게 365일 쉼 없이 이어진다. 육체적으로도 쉬어갈 틈이 없는데,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따라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근무 시간 외에 다른 것을 하려고 해도 전혀 할 체력과 정신이 남아나질 않는다. ‘정신 상태의 문제겠지?’라는 생각으로 일으켜봐도, 몸은 날마다 소리쳤다. “제발, 쉬어줘!”


둘째, 변동성

사업성에서 말한 내용이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면서도 문제다. 날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적으면 1개 많으면 3개씩 부여받는데, 어제 처리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두고 또 새로운 업무를 조달받으니 미칠 노릇이다. 나는 하나가 완벽히 정리될 때까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 대표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유가 있다. 대표는 느긋해지는 직원의 꼴을 못 보는 게 아니라, 일이 휘몰아쳐야 업무 속도가 더뎌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업무 속도가 빠른 편이라, 남들이 1개의 업무를 처리할 때 3-4개의 업무를 한다. 동료가 5개의 업무를 한다면, 나는 퇴근할 때 16개쯤 해결하고 가는 것이다. ”능력이 좋아도 부족한 티 좀 내세요!”라고 외치는 동료에게 나는 말했다. “앞에 일이 쌓여 있는 게 더 스트레스예요. 할 일이 남아 있다면 빨리 치워버리는 게 제 정신 건강에 더 좋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던 걸까? 지금 내 상태가 안 좋은 걸 보면.


셋째, 몸의 반응

수면 장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악몽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깬다.

소화 불량. 밥을 제때 먹지도 못하고 연이은 수업에 10분 만에 먹고 강의를 진행하는 때도 무수하다.

카페인 중독. 본래 커피를 좋아하긴 했지만, 하루 종일 커피를 다 마셔도 한 잔을 다 못 마셨던 나는 지금 한 잔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가 됐다. 지금은 카페인 끊기 5일 차에 돌입했는데 생각보다 쉬워서 좀 놀라워하는 중.

잦은 소변. 하루에 화장실을 3번 가면 많이 간다고 할 정도로 화장실 이용이 적었다. 그런데 요새는 무얼 마신 것도 아닌데, 하루에 20번 이상은 갈 정도로 들락거린다.

몸의 붓기. 쌍꺼풀이 없어져서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부었다. 아침 붓기도 아닌지라 매일 테이프를 붙이고 억지로 만들어야 했다.

여드름 폭발. 내가 태어나서 겪은 여드름 사태 중 가장 심각하다. 이마, 볼, 턱. 어느 곳 하나 빠진 데 없이 부리나케도 폭발하는 중이다.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순간.

식욕 감퇴. 코로나에 걸려 후각을 잃었을 때도 내 식욕은 동일했다. 수술하고 아픈 순간에도 “배고파”라는 말을 가장 먼저 내뱉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배가 고파도 무언갈 먹기가 싫고, 먹어도 맛있지가 않다. ’내가 지금 이걸 왜 먹고 있는 거지?‘, ’빨리 먹고 치워버리고 싶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나를 보고 미친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열감 증세. 불구덩이에 나를 집어넣은 것처럼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불덩이‘라는 말은 나를 만져본 사람이 만든 단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감이 심하다. 특히 자기 전에 심한데, 아픈 게 아닐까 싶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멀쩡해지니 아픈 건 아니구나 싶다. 아닌가?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이상한 건가.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있지만, 내 증상을 호소하려 쓰는 글은 아니기에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 명백하게 일이 나를 망치고 있음에도 왜 여전히 일을 그만두지 않는지 물음표가 떠오르지만, 또 막상 그 하루를 버티다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삼켜내는 걸지도.


누가 이 글을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현 내 상황을 토해냈음에, 내가 어떤 나날들을 겪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음에 다행이라 생각한다.

매일 생각했다.

글 좀 쓰고 싶다.

그런데 펜을 들기까지 난 크나큰 의지가 필요했다.

그렇게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이제는 의지 없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토록 큰 의지가 필요한 일인데도 독서와 글쓰기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생존수단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듣지 못할 필요한 말을 책에서 듣고,

누구에게 하지 못할 말을 글로 쓸 수 있으니

이것만큼 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숨 쉴 틈이 되어주는 게 없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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