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길로 뛰어든 건 나 자신이었다.

스무살

by 도무지

19년간 기대해 왔던,

어른이 되는 순간만을 기다리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그 찬란한 스무살이 찾아왔고

그 반짝거린 스무살이 지났다.


스물한살의 이야기를 적기 전,

나의 스무살을 정리하고 싶다.

언제 다시 꺼낼지 알 수 없는 일들이니까.

꼬깃꼬깃 고이 접어 머릿속에 숨겨둔 일화들을

잊지 않기 위해 꺼낸 거니까.


니는 나중에는 잊혀질지도 모를,

혹은 기억을 꺼낼 때마다 다르게 상상할지도 모를

나의 스무살을 반드시 글로 써내야만 했다.


내 기억들을 낱낱이 적어보니

내게는 좋은 일들보다

슬픈 기억, 힘든 기억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분명 행복한 일들도 많았을 텐데,

그런 기억들은 온데간데없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건지,

행복한 것들을 담으려 하지 않았던 건지.

대부분의 일들을 안 좋게 기억하고 있는

나 자신이 지금 와보니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앞서 찬란했다고 그리고 반짝거렸다고 말한

나의 스무살은

찰나의 순간들이었는지,

아님 수많은 눈물들 속 빛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떤 이유로 안 좋은 일만 기억하고 있는지도,

글로 굳이 기억을 끄집어내어 그때를 추억하면서

왜 좋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사다난했지만 어떻게든 내 인생은 배울 것이 많았다고 치부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내 나이 서른이지만 이런 아픔이 있었으니 위로해 달라며 스무살 때 하지 못했던 어리광을 피우는 건지도 모르겠고,


겉으로 행복해 보이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보여도, 나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는 걸 넌지시 던지는 건지도 모르겠고,


당신의 눈에는 별것 아닌 일인지 몰라도 사람마다 불행을 느끼는 순간은 다 다르다고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고,


서른의 나는 스무살의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겠다.

스무살의 나는 서른에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이렇게 또 알아간다.


이 글은 어쩌면 내 푸념글이 될 수도 있겠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글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냥 오늘은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든다.

서른의 내가 걸어온 길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알록달록 반짝이는 꽃밭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었던 것 같아서.

그리고 가시밭길로 만든 건 세상이 아닌 나 자신이었던 것 같아서.

왜 그렇게 행복해 할 줄 몰랐던 건지.


오늘은 그냥 스무살의 나를 위로하면서도

불행하게만 생각했던 나를 탓하면서도

행복했던 기억들을 찾아 나서면서도

스물한살의 추억도 더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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