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무지 Mar 08. 2024

고민하고 있습니다, 도피인지 경험인지

탈피

작년 6월,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짐짝이자 영원한 동반자인 아지를 데리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온갖 생각에 잠길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고민 중 하나라도 해결할 만한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먹을 고민도 하지 않게 블로그 체험단으로 예약을 미리 다 해놓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가는 건 답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뿐.

그 시간을 오롯이 만끽할 수도, 깊은 생각에 빠질 수도 없었다.


백수가 된 지 3개월이 채 안되었을 때였는데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굳이 머리를 골똘히 싸매며 고통받는 것 같았다.


그 기억 때문일까?

해외에서 1달 살기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과연 내가 여기서도 찾지 못하는 답을 그곳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글감을 찾겠다는 핑계로 돈을 탕진하려는 욕심은 아닐까,

경험이라는 말을 빌려 도피를 하고 싶은 건 아닐까,

지금 돈도 못 벌면서 소비를 생각하는 게 옳은 생각일까,

이제 여기서 더 나이 먹으면 못 갈 텐데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갔는데 아무것도 얻어오는 게 없으면 어떡하지 등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훌쩍 떠나 마음이 시원해지고 해소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가서 괜히 더 무거운 생각만 들까 봐.

밥 한 끼 해결할 때마다 여기는 한 접시에 몇 바트네 어쩌네 하며 허튼 데에 생각을 빼앗겨버릴까 봐.

여기서 무언가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나를 재촉하고 억지로 일으키려 할까 봐.


이렇게 걱정할 거면 갈 생각을 하질 말든가

가고 싶은 욕구는 해소되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으니

결국 갈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는 것이다.

내가 걱정한 것들, 고민한 것들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정답을 알고 싶다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가야겠다.

곧 다녀오겠습니다!

이전 03화 일기에도 땔감이 필요한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