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
작년 6월,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짐짝이자 영원한 동반자인 아지를 데리고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온갖 생각에 잠길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고민 중 하나라도 해결할 만한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먹을 고민도 하지 않게 블로그 체험단으로 예약을 미리 다 해놓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가는 건 답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뿐.
그 시간을 오롯이 만끽할 수도, 깊은 생각에 빠질 수도 없었다.
백수가 된 지 3개월이 채 안되었을 때였는데도
뭐가 그리 급했는지
굳이 머리를 골똘히 싸매며 고통받는 것 같았다.
그 기억 때문일까?
해외에서 1달 살기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과연 내가 여기서도 찾지 못하는 답을 그곳에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글감을 찾겠다는 핑계로 돈을 탕진하려는 욕심은 아닐까,
경험이라는 말을 빌려 도피를 하고 싶은 건 아닐까,
지금 돈도 못 벌면서 소비를 생각하는 게 옳은 생각일까,
이제 여기서 더 나이 먹으면 못 갈 텐데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갔는데 아무것도 얻어오는 게 없으면 어떡하지 등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훌쩍 떠나 마음이 시원해지고 해소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가서 괜히 더 무거운 생각만 들까 봐.
밥 한 끼 해결할 때마다 여기는 한 접시에 몇 바트네 어쩌네 하며 허튼 데에 생각을 빼앗겨버릴까 봐.
여기서 무언가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나를 재촉하고 억지로 일으키려 할까 봐.
이렇게 걱정할 거면 갈 생각을 하질 말든가
가고 싶은 욕구는 해소되지 않고
고민만 하고 있으니
결국 갈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는 것이다.
내가 걱정한 것들, 고민한 것들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정답을 알고 싶다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가야겠다.
곧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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