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나는 23살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물론 중간중간 부모님 댁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서른이 될 때까지 밖에서 지냈다.
그런데 이제는 밖에서 지낼 이유가 없어서 자취하는 곳을 정리하고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결정한 것 자체는 현명하다고 판단하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절대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싫은 건 아니다.
그리고 내가 추후 결혼이라는 대사를 치르게 되면 이제 두 번 다시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하기에,
이번 기회에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도 한몫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결혼할 때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될 것 같아서, ‘혼자’라는 단어가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아쉽다고 해야 하나.
혼자 살던 시간 동안 느꼈던 자유가 사라지는 것,
사생활이 없어지는 것,
고요한 공간 속에서 내 멋대로 행동하던 것,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등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막막하기도 하다.
물론 부모님도 다 큰 성인인 나의 생활을 건드리지 않겠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방해는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왠지 부모님이 이 글을 읽으면 섭섭해하실 것 같지만, 내 마음이 무엇인지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7년 동안 집에 쌓아놓은 짐을 부모님 댁에 다 넣을 수 있을지, 허용 가능한 범위일지도 가늠이 잘 되지 않아서 될 수 있는 한 다 버리고 있다.
덕분에 그간 사용하지 않는 물건 정리도 하고 추억도 곱씹으며 나름의 생각 정리도 되어가고 있다.
이제 내가 집에 들어가니 언니가 밖으로 나가주었으면 싶기도 한데, 언니 또한 이제 함께 살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잠시 꾹- 자매 싸움을 참고 버텨보려 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누가 보면 억지로 집에 끌고 가는 형국 같은데, 이건 내가 선택한 것이고 정 못 있겠다 싶으면 다시 밖으로 튕겨 나갈 의향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이왕 들어가는 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족과 어떤 귀한 시간을 보낼지 궁리해 봐야겠다.
- 집 들어가기 전 D-12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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