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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11. 2024

토요일날 본 그녀가 잊히지 않는다.

토요일날 카페로 마실을 다녀왔다.

카페 앞 어떤 아주머니께서 아들과 함께 맞담배를 피고 계셨다.

욕을 하고 가래 섞인 침을 내뱉고는 손에 쥔 담배를 톡톡 털어내어 다시 입에 가져다 대기를 반복했다.


카페 입구를 들어가기 전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주머니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태어나 처음 보았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우리 엄마 나이 또래쯤 되어 보여 더 놀랐던 것 같다.

아저씨는 담배 펴도 되는데 아줌마는 안된다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봐온 모습 중 아줌마는 없었고 상상 속에서도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라도 보지 않았냐 물으면, 현실과 극 중 상황을 구분해서 봤다는 대답에 동의가 될까?


아무튼 담배를 피우는 행동 자체가 몸에 나쁠 뿐, 기호식품이고 범법 행위가 아니니 뭐라고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머리에 계속 잔상이 남아있어서 내게 적잖이 충격적이었구나 싶었을 뿐이다.



우리 아빠도 내가 아주아주 어릴 적에 담배를 피우셨다.

10년인가 20년 피던 담배를,

자식들이 있어도 끊지 않던 담배를,

종교를 계기로 끊게 되었다.


나는 아빠가 담배를 피우던 모습은 잔상조차도 남지 않고 사실 상상도 가지 않으나, 아빠한테 했던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우리집 거실에 목사님, 전도사님 그리고 우리 가족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었는데 그때 아빠가 금언을 선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내 아들이 되는 거라는 말에 나는 깔깔 웃으며 “아빠! 담배 언제 필 거야? 내 아들 해야지!!”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강아지마냥 매일 아빠의 몸과 옷에 코를 박으며 담배 냄새를 확인했다.

“아빠 담배 폈지!”

“안 폈어!!”

“아빠 담배 피우면 내 아들이야~ 잊지 마~ 큭큭”

나는 그렇게 아빠 놀리기에 맛들려 있었는데,

담배를 피워보지도 않은 나는 성인이 되어 담배 끊기가 다이어트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빠의 금연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몰랐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사람은 의지가 부족한 거라고 생각했고 ‘우리 아빠도 끊는 걸 왜 못하지?’라고 가볍게 여겼다. 진짜로 내가 봤을 때 아빠가 끊는 건 너무 쉬워 보였으니까.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라면 내 연애 대상 선상에서 아예 삭제가 되었고, 만약 나에게 마음을 둔 사람이라면 반드시 담배를 끊고 와야 했다.

그리고 내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예 없었으니까 그 어려움을 알리가 만무했다.

아울러 내가 흡연을 경험한 적이 없고 끊어본 적은 더더욱 없는데 아무리 말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냥 그런가 보다 할 뿐이지.


아무튼 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고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다. 담배뿐만이 아니라, 욕설이나 침 뱉는 행위가 그 인상을 더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엄마와 담배를 끊은 아빠에게 고맙고, 나도 앞으로 계속 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잊히지 않는 그녀를 보내기 위해 오늘의 일기에 남겨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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