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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Mar 25. 2024

제목을 입력하세요

제목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린지 3일이 지났다.

계속 미루고 미루다 보니 또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글을 안 쓰니까 글감을 찾는 게 막막해진다.

오히려 글은 쓰면 쓸수록 할 말이 늘어나는 거 같은데,

이전에 '이거 써야지', '저거 써야지' 했던 건 전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브런치 창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클릭한 후,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부분에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쉽사리 떠오르지 않은 제목에 또다시 창을 꺼버릴까 고민했다.

그런데 이렇게 미루다 가는 그냥 밀려버린 숙제가 아닌 포기하게 될까 봐 

억지로 나의 의식의 흐름기법을 따라 글을 써본다.


수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도 작가가 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막상 펜을 들어 써 내려갈 때면 마음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지만 말이다.

이 과정들 속에서 보석 같은 글감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글감을 쌓아 올리지만,

가끔은 펜 끝에 나오는 펜똥처럼 버려지는 글만 잔뜩 남아있을까 봐 그 또한 걱정이었다.


이러저러한 고민을 남기고 싶다가도 바보처럼 보일까 주저하게 되고,

당찬 모습만 보이고 싶다가도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내 모습에 구독자분들이 실망할까 괜한 우려를 한다.


그래도 나는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 지금이 좋다.

회사에서 동태 눈깔을 하고 주어진 일만 로봇처럼 행하던 나보다,

고민을 갖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주체적인 모습이 없어 보여도 좋다.




저번주 금요일 내가 이사를 한 곳은 부모님 댁.

학창 시절 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살았던 집이지만, 이전과는 다른 인테리어와 물품들에 왠지 모를 집중력이 생긴다.

9평짜리 오피스텔에 들어있던 꽤나 많은 물건들이 2평이나 될까 하는 작은 방에 구겨 넣으니 답답하지만, 

나의 것으로만 채워진 이 공간이 아늑하고 익숙하고 좋다.


가족들로 인해 시끄럽고 프라이버시는 개나 줘버린 공간이지만, 따뜻한 밥과 뒤돌면 언제든 나를 지켜보고 있는 가족이 있어 든든하고 마음이 안심된다.

공간이 주는 안정감에 내 마음까지 놓아버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늘 첫 평일을 보냈다.


글쎄 이런 좋은 감정은 또 얼마나 가려나 모르겠다.

금세 시끄럽다며 집을 나가 카페를 전전하며 카공족을 자처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최대한 이 마음이 오래오래 유지되길 바랄 뿐이다.


어떻게 글을 시작해야할까 막막했던 마음은 어디가고 

막힌 변기가 뚫린 것마냥 시원하게 써내려가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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