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꽃비 팀장의 [프로 일잘러] book review
직업의 특성상 자랑스럽게 말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평소 영상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편이다.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괜한 감정소모가 싫어 드라마나 영화도 잘 보지 않게 된다. 나름 1일 1영화 하던 시절이 있었건만 남들 하나쯤 구독하고 있는 OTT 계정도 없는게 가끔은 쪽팔리기도 하다.
영상알못인 내가 화제의 예능인 '유퀴즈 온 더 블럭' 또한 봤을 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여성 최초 주류 업계 팀장으로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명세를 탄 유꽃비 팀장의 존재를 '프로 일잘러' 라는 책으로 처음 접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이 책을 서점에서 계산한 이유는 간단했다. 유꽃비라는 인물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었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광팬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일을 지금보다 잘하고 싶었다.
사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상사 스타일을 4가지로 분류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는 각자의 상사들을 모두 겪어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상사와 일할 때는 답답하고 힘들었고, 똑부(똑똑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상사와 일할 때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P.79
사실 나는 최근 자존심이 깎일 대로 깎인 상태였다. 욕심이 많은 탓에 일이라는 일은 예스맨처럼 다 받아들였으나 처음의 패기와 다르게 끝 마무리는 늘 흐지부지했다. 눈이 벌개지도록 늦게까지 야근을 해도 데드라인은 매번 밀렸고 잦은 실수도 이어졌다. 똑똑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상사들은 나를 달래고 때로는 호되게 질책했다.
최근 눈물이 마르지 않았던 이유는 억울해서, 혹은 상사에게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나서만은 아니었다. 똑똑한데 유능하고, 거기다가 인간적이기까지 한 상사들의 진을 빼는게 너무 싫었고 죄송했다. 업무를 따라오지 못하는 내 실력이 너무 기막히기도 했다. 그날도 울적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한 채 서점을 들렀고 책 제목을 보고 망설임 없이 카드를 긁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내가 맡은 업무의 kpi를 줄줄 외게 된다거나 기계처럼 일을 처리하는 것은 내가 바랬던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깨닫게 된 사실은 일을 그냥 하는 것이 아닌 '잘'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높은 지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단순 전달만 하는 보고의 시대는 끝났다. 아무 준비 없이 정보전달만 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알아내느라 상사를 기다리게 할 것이 자명하고, 예상되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략적인 그림을 머릿속에서 그린 다음 보고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p.56
나는 상사에게 이슈를 보고할 때 그에 따라올 꼬리질문을 생각하며 말해왔는가? 임팩트 있는 업무로 잽보다는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노력했는가? 난 실무자의 입장에서 아닌 것은 정말 아니라고 말했던 적이 없다. 내 상황과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직에서 가장 해롭다는 '예스맨'을 자처했다. 나는 사실 혼날 만 했다.
우리는 누구나 일잘러를 꿈꾼다. 그리고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오판한다. 하지만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기계발에 매달리기 이전에, 일의 기본기와 태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이제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