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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Jan 02. 2022

멋있으면 다 언니

좋아하는 마음의 힘을 믿는 9명의 이야기, 황선우 인터뷰집, 북 리뷰

작년여름, 힘을 내기 위해 '멋있으면 다 언니'를 서점에서 골랐다


작년부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책 애플리케이션 '북적북적'의 데이터에 따르면 나는 이미 작년 7월 10일에 이 책을 모두 읽어냈다. 그럼에도 반년이 지난 지금에야 리뷰를 쓰게 된 이유는 올여름 책을 읽은 감상을 느긋하게 끄적일 정도로 심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이제 글을 쓸 만한 여유 정도는 생겼다는 이야기가 되니 스스로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창 인터뷰집에 빠져 살던 시기가 있었다. 철학자 강신주의 이제는 책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 시리즈 인터뷰집을 다 읽어냈고, 박원순의 인터뷰를 엮어낸 책도 참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과거형이다.) 


인터뷰집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눈에 힘을 주고 딥하게 읽어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인터뷰집의 특성상 문장이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 인터뷰어가 내가 궁금한 질문은 다 해주니 소설을 읽듯 마음 편하게, 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한 사람의 인생관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다. 인터뷰이의 말 한마디에서 때로는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궁극적으로는 인터뷰이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약 20년 간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한 황선우 작가의 '멋있으면 다 언니'를 선택한 이유는 물론 이 책이 위에서 언급한 인터뷰집의 장점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어서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그때 심적인 여유가 없었고 어려운 책을 읽고 소화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는 어떻게 앞으로 살아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기도 하다. 특히나 하루에 3분의 1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나의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인터뷰이들이 모두 사회가 원하는 정석적인 성공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스스로의 방식으로 성공을 이뤄낸 '여자'들이었고 왠지 모르게 이 책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예감이 들었다.


유튜브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ma>의 김유라 PD,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 <일간 이슬아>의 작가 이슬아, 21대 국회의원 장혜영, 피아니스트 손열음,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웹소설 <웨보니> 작가 자야, 스브스 뉴스 <문명 특급> PC 재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까지.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삶을 일구어낼 것이 분명한 9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접하며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꾸준한 없는 재능은 힘을 잃는다'라고 말한 이슬아 작가의 말이나, '마음의 날씨가 변화하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용기를 준 김보라 감독의 말, '흐릿하고 불안정한 시기를 통과할 때일수록 타인의 삶이 유독 선명해 보인다'라고 어쩌면 당연하지만 누구나 잊고 있는 사실을 일깨워준 이수정 교수의 말은 어두운 동굴을 통과하고 있던 내게 마치 랜선 언니처럼 많은 용기가 되었다.


책을 다 읽어낸 이후에야 작가가 말하는 '멋있으면 다 언니'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전에 없던 방식으로 자기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9명의 그녀들이야말로 앞으로 남들과는 또 다른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는 정말 그야말로 두고두고 멋있는 언니들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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