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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Aug 26. 2020

더이상 어깨가 아프지 않은 이유

쉬는게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어깨가 처음 아프기 시작했던 것은 스물 한 살 겨울부터였다.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평일 5일을 일하면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친구의 솔깃한 제안에 빵집에 출근하게 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일이 고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하는 요령이 없었던 탓인지 -아마도 둘 다 였던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 일을 하며 어깨가 상했던 것은 분명하다.


한겨울이었지만 빵이 상하면 안되는 탓에 내부는 늘 추워서 몸을 한껏 움츠려야 했고 진열해야 하는 빵의 종류 또한 엄청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빵을 굽는 철판을 여러 번 옮기는 과정에서 어깨에 탈이 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후로 어깨 통증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참 신기한 것이 비가 오기 전날이나 날씨가 흐려 구름이라도 낀 날이면 늘 어깻죽지가 시큰하게 아려왔다.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아봤지만 근본적으로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비가 올라치면 습관적으로 근육통 약을 찾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다. 얼마 전 대차게 쏟아진 폭우에도 어깨가 멀쩡했던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간헐적으로 나를 괴롭혔던 편두통의 빈도 또한 줄었다.


친구는 그 이유를 내게 실로 오랜만에 온전히 주어진 휴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업급여'라는, 이 시점에 어쩌면 천운일지도 모르는 혜택을 받은 지는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덕분에 나는 스무 살 이후로 처음 떠안고 있었던경제적 책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어쩌면 나를 고질적으로 괴롭혀왔던 통증은 부담감이 8할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번다고 꼭 쉬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 모두를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휴식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차례 태풍이 찾아온다고 한다. 더 이상 어깨가 시리지 않기에 두렵지 않다. 무작정 쉬기 보다 '잘' 쉬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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