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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Aug 08. 2020

somewhere over the rainbow

무지개를 본 어느 날

그가 흔히 말하는 '투잡'을 뛴지는 6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의 아침은 일주일 내내 분주하다. 그의 발걸음은 평일에는 회사로,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영업장으로 향한다. 주말 아르바이트는 늘 새벽 6시까지 출근. 그만두라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듣지 않는다. 유순한 것 같아도 은근히 고집이 있는 편이다.


그의 치열한 일상을 알기에 주말 중 하루를 오로지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은 늘 고마운 일이다. 그와 나의 성향은 완전히 반대라서 사실 놀랄 때가 많다. 집을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공간이라 여기는 그와 하루라도 외출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나. 익숙함을 좋아하는 그와 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나.


작년 겨울 즈음이었던가. 그가 먹어보지 못했다던 명동 칼국수를 먹기 위해 명동을 찾았던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5년 만에 찾은 명동에는 외국인이 참 많아진 것 같다고 했었던가. 서울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니는 나에게는 꽤 놀라운 발언이었다.


어쨌든, 내가 그보다 자기 주장도 강하고 목소리가 큰 관계로 우리의 만남은 늘 나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그랬다. 내가사는 동네 근처의 번화가에서 만나 타이 마사지를 함께 받고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그 후에 드라이아이스가 함께 세팅되어 나오는 카페를 가기로 한 것 또한 나의 의견이었다고는 굳이 부정하지 않겠다.


만남이 끝난 후 내일 일찍 출근을 앞둔 그를 재빨리 집에 보냈다. 그의 눈꺼풀 위에 겹겹이 쌓인 피로함을 포착한 까닭이다. 서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길거리에 나와보니 그새 비가 후두둑 떨어졌던 모양이다. 무심코 올려본 하늘에 평생 볼까 말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번화가 중심에 나타난 반가운 무지개


무지개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유치원때였던 것 같은데, 눈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무지개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여지없이 그였다. 내 마음 속 날씨가 흐리고 비가올 때 내 앞에 나타났고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 사람. 어쩌면 그가 나의 무지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재빨리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냈다.


갑자기 무지개가 뜨네요ㅎㅎ


역시 싱거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의 건조한 대답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그가 오늘따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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