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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Jul 22. 2020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실린다면

6000, 기분 좋은 숫자

기분 좋은 상상, 현실이 되다



숫자에 조금씩 민감해지기 시작한건 놀랍게도 성인이 된 이후였다. 학창시절의 난 정말 숫자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고 당연하게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그래도 잘하고 싶어서 늘 책을 붙잡고 있었는데, 먼훗날 같은 학교의 일진 무리가 날 정석 책을 풀지 않고 읽기만 하는 아이라고 조롱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할말은 없었다. 정말 제대로 푼적은 없으니까.


그런 내가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되면서 고통을 받았던 것은 당연했다. 가장 먼저 입사해 받은 일은 내 기억이 맞다면 회사가 한달동안 집행한 광고의 효과를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보고서들의 어지러운 숫자들을 보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감을 느꼈다. 아, 내가 알고 있던 마케팅은 진짜가 아니었구나.


그때부터 참 숫자에 울고 웃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전임자들이 남겨놓은 부실한 보고서들을 억지로 분석하며 한 번 울었고, 예산을 주지 않으려는 윗분들과 예산을 달라고 조르는 팀원들의 신경전에서 또 한번 울었다.


하지만 웃은 적도 많았다. 내가 쓴 카피, 내가 편집한 컨텐츠로 집행한 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을 때면 세상 어떤 일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신기하게도 공을 들인 광고일수록 반응이 좋았다. 매번 광고가 끝날때마다 에이전시담당자가 주는 보고서를 누구보다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어제 또 한번 웃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말이다. 이상한 일은 어제 오후 일어났다. 평소 유저들의 방문이 드문 나의 브런치의 특정 글이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앱푸시를 받은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여 원인을 찾다 다음 사이트 PC와 모바일 홈&쿠킹 탭에 내 글이 올라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포털 사이트 메인의 힘은 위대했다. 무서울정도로 조회수가 올랐다. 이틀동안 내 글이 6,000회나 클릭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 나의 글, '엄마와 옥수수'

브런치 작가에 선정된 후, 마음먹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허영과 가식을 보태지 않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만을 쓰자는 것이었고 둘째는 힘을 주지 않은 욕심없는 글을 쓰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중이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꾸준히, 묵묵하게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내 자신에게 주어진 꿈같은 이틀이었다. 6000, 결코 잊지 못할 기분 좋은 숫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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