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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Oct 01. 2020

예기치 못한, 그래서 더 반가운

뜻밖의 연락이 온 것은 어제였다. 몇 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다. 대학에 다닐때도 작고 마른 몸으로 해외 이곳저곳을 다니던 친구라 외국에 살고 있다는 친구의 근황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몇년만의 문자, 친구는 나에게 사과의 말로 말문을 열었다. 마음이 얼얼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보지 않아도 치열했을 그녀의 삶 속에 나라는 존재가 남아있어 고마웠고 자존심이 센 그녀가 먼저 연락을 해주었다는 사실에 또 고마웠다.


사실 미안한 쪽은 나였다. 한 무리에 나와 그 친구, 내가 반했던 사람이 함께 속해있던지라 고민상담을 하며 그녀를 때로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겼다. 철이 든 후에 왜 하필 우리가 만난 것은 스물 넷 봄이었어야 했는지, 우리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지금처럼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안정이 있었다면 스물아홉이 된 지금도 서로를 토닥이는 사이는 아니었을까 종종 생각했다.


우린 참 많은 추억이 있었다. 태어나 처음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본것도 그 친구와 함께였고 그 친구의 자취집은 정갈한 그녀의 성격처럼 깔끔하고 아기자기했다. 그 무렵, 그녀의 자취집은 내게 지친 일상을 탈피할 수 있는 피난처와 다름 없었다.


예기치 못한, 그래서 더 반가운 연락. 우리는 다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내년에 입국할 그녀를 위해 친구를 데려갈 맛집부터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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