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랑 Feb 02. 2021

오늘부터 돈독하게-김얀 북리뷰

그저그런 돈얘기라고 생각하면 오산




주말 저녁 흘러가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어준 <오늘부터 돈독하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채고 멀리하는데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N극은 N극을 밀어내고 MBTI E 타입은 I를 자연스레 찾게되는 그런 당연한 끌림의 법칙도 어느정도는 작용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스스로를 꽤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인간 유형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김얀의 자전적 에세이,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이 사람, 나와 참 많이 닮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시원하게 좋게 말하면 꾸밈없고 나쁘게 말하면 나이에 비해 살짝 철없는 성격이 그러했고 연수입 1,000만 원이 안되는 상황에서 집을 사기 위해 은행을 찾아간 당돌함이 그러했고 망신을 당하고 나서도 부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돈을 다룬 책까지 낸 낙천적이면서도 묘하게 집요한 면모가 그러했다. 또, 그녀와 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돈에 애정을 쏟지 않아서 돈에 큰코 다쳐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으로 말미암아 인생이 거의 180도 바뀌었다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나와 닮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상하게 책장이 어느때보다 빨리 넘어갔다. 마치 나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서, 하루만에 이 책을 다 읽어버리면 그녀처럼 나도 돈 독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사실 나도 내 돈 독의 존재를 몰랐다. 돈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누구 하나 제대로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다. 평범보다 조금 모자란 집안에서 자라 지금껏 큰돈 없이 살아왔기에 돈을 몰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P.155


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그 누구 있으랴. 작가의 말처럼 그녀와 내가 가지지 못했던 건 돈이기도 했지만 돈에 관심을 쏟는 방법이었다.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자 마자 쓰고 싶어 어쩔줄 모르던 재작년의 나, 돈을 사랑하긴 했으나 분명 돈에 애정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서툰 사람이었다. 작가 역시 그랬다.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워킹홀리데이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글을 쓰기 위해 늘 일을 했지만 서른 후반이 되도록 금전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좀더 살아야 한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글쓰기,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을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돈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문제가 아닌 기회와 여유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은행 창구 앞에서 확실히 깨달았다. P.248


연봉 750만 원의 가난한 작가 지망생, 30대 후반의 김얀은 은행 창구에서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다. 소득이 없어 대출이 어렵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상황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돈으로 물건을 사고 집을 살수도 있지만 꿈을 살 수도, 기회를 살 수도 있다는 것. 돈은 노후를 만끽하기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여유로운 삶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의 모습에서 스물 아홉이 되던 해 겨울의 내 모습이 불현듯 오버랩 되었다면 너무 과거를 미화한 것일까.


Love your story.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승부수가 되어줄 것이다. P.238


김얀의 <오늘부터 돈독하게> 가 흔해 빠진 자기계발서 중의 하나였더라면, 과중한 업무에 점심 먹을 시간도 없는 내가 다 읽어냈을 리가 없다.  분명 내 책장의 한구석에서 이 책은 꽤 긴 시간동안 겨울잠을 자거나 냄비 받침으로 쓰였테지. 이 책은 물론 '돈 모으기'라는 레이스에서 늦은 스타트를 시작한 이들을 위한 여러 비법을 담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0에서 1을 만들어낼 이들에게 본인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내어 왠지 모를 안도감도 준기도 한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책 안에는 한 여자의 인생이 있다. 그녀의 고민들이 있고, 그녀의 미래가 있다. 요즘 같이 돈벌기 힘든 세상에서 7년 후에는 부자가 될 거라는 그녀의 호탕한 다짐이 꽤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책에 담겨 있는 그녀의 인생이 비범해 보이기 때문이다. 꼭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유있는 자신감이 그녀의 글 속에 담겨있다.


Love your story. 짧은 이 영어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울렸다. 지금 0이든 혹은 마이너스이든 믿고 사랑하며 의지할 것은 나의 이야기며 내 인생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김얀의 인생역전 스토리처럼 승부수를 만든다. 글 초반에서 스스로를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조심스레 취소하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민다움'을 통해 배우는 '브랜드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