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톤스 인 시네마 Everything is OK

by EASY

작년 연말 페퍼톤스 20주년 공연을 다녀왔다. 20주년을 역순으로 달려가는 셋 리스트와 무대연출에 감동받아 브런치에 후기를 남겨야지 생각하곤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어 큰 기대는 없었고, 티켓 가격이 25000원이나 하길래 비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팬이란 이러쿵저러쿵 궁시렁거려도 일단 다 하고 보는 법, 오늘 아침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 시작 장면부터 눈물을 흘렸다.


빨간 커튼이 열리며 엔딩 크레딧이 역순으로 올라가고 흘러나오는 rewind노래는 나를 2024년 12월 15일 그날의 공연장으로 데려가 주었다.


dvd가 아니라 왜 영화로 만들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영화관에서만 가능한 크고 웅장한 사운드가 그 이유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노래란 크게 들을수록 좋은 법이다. 더욱이 고화질로 보이는 페퍼톤스의 표정, 팬들의 표정은 아름다운 노래의 감동을 증폭시켰다.


영화를 보며 네 번은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rewind를 들으며

청춘을 들으며

행운을 빌어요를 들으며

GIVE UP을 들으며


벅찬 감정으로 영화관을 나오면 느꼈다.


나는 페퍼톤스를, 페퍼톤스의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실은 최근에 “좋아한다”는 감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참 좋아하는 게 많았는데 점점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적어진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 째, “좋다”는 감정을 느끼는 일들이 점점 줄어든다. 인사이드아웃에 나오듯 어른이 된다는 건 즐겁다, 싫다, 슬프다와 같은 단일한 감정보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어서일까? “좋다”는 감정이 압도적이 경험이 점점 줄어든다. 한편으로는 체력적 한계가 더 분명해지며 육체적 피로로 좋다는 감정이 쉽게 사라지는 거 같기도 하다. 이건 슬픈 일이다.


두 번째 원인은 “좋다”의 기준이 점점 높아진다. 예전엔 자주 듣은 노래가 있다면 그 아티스트를 좋아한다고 표현했는데 이젠 적어도 그 아티스트의 공연을 찾아갈 정도로 내가 투자해야 좋다고 표현한다. 나의 취향이 점점 섬세하고 명확해지는 것이니 이건 좋은 일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적어지는 건 삶의 행복이 줄어드는 일이다. 그래서 점점 줄어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집요하게 파고들고 싶어진다.


올해도 페퍼톤스 공연 많이 갈 거란 뜻이다.


여러분의 삶에서 성취하고 성공하며 나아가야 페퍼톤스 공연도 보러 올 수 있고 그게 바로 페퍼톤스가 꾸준히 음악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하던, 그러니 페퍼톤스가 오래 잘 되려면 페퍼톤스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우리도 잘해야 한다던 신재평의 명언(?)을 기억하며, 내 삶도 충실하게 잘 살아 보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