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노래들 공연을 보고
노래에는 힘이 있다.
그 노래를 듣던 특정한 시기로 나는 데려간다.
이적과 김동률의 노래는 나를 2007-8년 어드메로 데려간다. 내 인생 가장 욕심이 많았던 또 그만큼 내가 해낼 수 있다는 확신도 강했던 그때의 나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 김동률의 뮤직아일랜드 / 이적의 텐텐클럽을 찾아 듣던 중학생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취향에 나름 뿌듯하고 “역시 나는 뭔가 달라”라는 생각도 했다.
어제 공연에서 거위의 꿈을 들으며 2008년의 나로 돌아갔다. 외고 입학이 가장 중요했던, 그곳에만 들어가면 내 인생이 모두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나였다. 밤늦게까지 계속되던 공부에 지칠 때면 mp3에서 이 노래를 찾아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그런 일로 하는 생각이 들지만 ㅎㅎ 16살 인생에는 가장 중요하고 또 힘든 시기였지 않을까?
그 이후 크고 작은 좌절(생각보다 나는 똑똑하지 않구나, 생각보다 나는 성실하지 않구나)을 겪었다. 생각보다 나는 똑똑하지 않았고, 또 그렇게 성실하지도 않았다. 처절하게 부딪히고 깨져왔던 십 대 후반~이십 대 초반은 나에게 겸손함과 포용성의 중요성을 알려주었고 이제는 부족한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아마도 절망의 계곡을 갓 벗어나 깨달음의 비탈길을 비틀거리며 올라가는 중 아닐까?
2024.10.20 일요일, 32살의 나는 이 비탈길을 오르며 또 하나의 꿈을 꾸었다. 언젠가 누군가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을 써보겠다는 꿈을.
노래에는 힘이 있다.
새로운 꿈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