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소설을 써보다.

by EASY

인스타에 짧게 올리는 글 대신 내 생각과 감정이 담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브런치가 어느덧 4년차가 되었다. 소소한 기록들이 모여 나에 대한 꽤나 많은 정보를 담게 되었다. 나의 결혼, 여행, 일 등등. 내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누군가 나를 인지하고 이 글을 읽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솔직한 내 이야기를 쓰기가 어려워졌다. 올해 유독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던 중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한겨레 교육에서 진행하는 입문자를 위한 소설 쓰기 교육이 눈에 띄었다. 일년에 한 번 쯤 생각없이 무모해질 때가 있는데 이번 소설쓰기 수업이 그러했다. 어느새 돈까지 내고 첫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수업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되었다. 1) 소설의 구조를 배우는 것 2) 이를 잘 드러내는 단편 소설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 3) 서로가 쓴 소설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


내가 슥 읽고 말았던 소설에 이런 구조와 고민이 숨겨져 있다는 게 놀랍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기분이었다. 물론 독자가 몰입해서 읽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있겠냐만은, 몰입이 안되던(어려웠던) 짧은 단편 소설 속 배경, 인물에 대해 이렇게나 이야기 나눌 거리가 많다는게 신기했다. 독주회(독서모임)을 하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이야기란 혼자 읽고 소화할때보다 누군가와 이야기 나눌 때 풍성해진다. 나는 잘 읽히는 소설을 좋아해서 난해하거나 복잡한 소설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구조와 인물, 표현에 관심을 가지고 읽다보니 모든 소설이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쓸 때에는 자유로웠다. 나는 태생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 생판 처음본 옆자리 사람의 시선에도 얽매인다. 그러니 글을 쓸 때도 어땠겠는가. 내 글이 어떻게 읽힐지, 나는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소설을 쓸 때 '허구'라는 한 겹의 치장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소설 속 주인공의 욕망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인간의 치졸하고 비겁한 마음, 차마 누군가에게 털어 놓지 못하는 비밀도 써볼 수 있었다. 그 자유가 주는 쾌감이 엄청났다.


서로의 글을 읽고 나누는 경험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담당하는 교육 사업에서는 동료간의 교류, 대화를 통한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습자들에게 이런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지만 정작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수업에서의 합평이 이와 매우 유사했다. 합평은 서로가 써온 글을 미리 읽고 어떤 점에서 좋았는지 혹은 아쉬웠는지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참여 인원이 18명 정도 되었고, 참여하는 분들이 굉장히 적극적이라서 나는 초반에 관찰자의 시선을 바라 봤다. 처음에는 좀 지쳤다. 다들 각자의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분석과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4번쯤 수업이 진행되었을까? 선생님이 나를 콕 짚어 내 이야기를 많이 못들어본 거 같다면 나에게 말을 시켰다. "아, 관찰자로 한 발 빠져서 나는 남들만 평가하고 있었구나. 어쨌든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이 수업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구나!"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자기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도 점차 수업이 진행되면서 '타인의 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자 이야기가 풍성해지고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대화로 발전해 나갔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생겼다. 초반에서는 서로이 이야기를 발화하는 것부터가 시작이고, 이후에 자연스럽게 경청과 대화로 나아가는 것임을 알게되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나처럼 타인을 평가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ㅎㅎ



수업을 마치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삶은 어떠할까' 매일 생각했다. 업을 삼게 되면 그게 글이든 무엇이든 고되고 힘든 것이 될 것임을 잘 알지만, '글 쓰는 나'를 잘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2025년 6번의 소설쓰기 수업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일지 10년 뒤가 기대된다.


최근 인상깊게 본 김중혁 작가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2025년 12월 31일을 마무리한다.

출처 : https://m.cafe.daum.net/ok1221/9Zdf/238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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