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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Sep 27. 2022

이적의 흔적을 찾아서

<오글오글 10분 글쓰기 ep.3>

지난 토요일(9/24) 이적의 소극장 공연에 다녀왔다.


<흔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연의 인트로는 이적의 모든 곡을 짧게 정리한 메들리였다. 그리고 그의 가수로서의 삶 속 수많은 노래들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기타에서 피아노를 넘나들며, 발라드에서 락킹하고 펑키한 음악까지 왜 이적이라는 가수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지만 여실히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2018년 이적의 공연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도 이번 공연에서도 동일하게 느낀 것은 이적은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그의 공연에는 늘 그가 전하고 싶은 스토리가 있다. 공연뿐만 아니라 그의 노래에도 늘 스토리가 있는 거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노래로, 공연으로 멋지게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참 부럽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참으로 평이한데,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고 때로는 색다르다. 와! 저런 당연한 생각을 나는 왜 못했지 혹은 이적은 어떻게 저렇게 짧고 간결하게 표현해내지 라고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때로는 다소 난해한 그의 음악도 이렇게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이적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적의 노래는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우선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노래는 돌팔매​였다.

다름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상당히 직접적인 가사라서 그 메시지가 더욱 강하고 힘 있게 느껴져서 좋았다.

우린 제각기 다르지
모두 닮은 존재라면 외려 이상하지
우린 같을 수 없지
인생은 말하자면 그걸 알아가기
하지만 누군가 너를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힌다면
그땐 우린 또 하나지
돌팔맬 그저 모른 척할 수는 없지
Get up 같이 안고 일어나
흙을 털어 내 우린 서로들의 편이야
Hands up 다시 손을 내밀어
단단하게 잡고서 한 걸음씩 내디뎌가


가장 많이 들은 이적의 노래는 거짓말거짓말거짓말​ 이다.

유희열에서 스케치북에서 이 노래가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라 놀이공원에 버려진 아이가 부모를 기다리는 심정을 그린 노래라는 것을 들었다. 그 이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나는 불 꺼진 놀이공원에서 부모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떠오른다. 그 이미지가 너무나 생생해서 처음에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요즘도 문득 우울한 날이 되면 찾아 듣곤 하는데, 듣고 나면 꽤나 위안이 된다.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가장 좋아하는 이적의 노래는 뿔이다.

스토리텔러로서 노래를 통해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전하는 이적의 능력이 가장 극대화된 노래라고 생각한다.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스토리를 담은 노래인데 결국 “나의 예쁜 뿔”로 마무리되어서 참 좋다. 생각해보니 결국 돌팔매에서 전하는 메시지도 동일했구나. 이적은 참 오랜 세월 같음 메시지를 대중에게 던지고 있구나!

나에게도 뿔이 있을 텐데 예뼈해 줘야지.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간지러워서 뒤통수 근처를 만져보니 뿔이 하나 돋아났네
근심찬 얼굴로 주위에 알리려다가 이상한 눈으로 놀려댈걸 뻔히 알고 관뒀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뿔은 자라나 어느새 벌써 엄지손가락 닮을 만큼 굵어졌네
(어느새 너무나 굵어 내 맘을 너무도 긁어 오 너무나 빨리 늙어)
손톱이 길듯 수염이 길듯 영영 자랄까 불안한 맘에 잠을 못 자니 머리마저 빠져가네
(너무도 늦어진 밤에 너무나 불안한 밤에 잠도 안 와 앞이 까매)
이쯤은 뭐 어때 모자를 쓰면 되지 뭐 직장의 동료들 한 마디씩 "거 모자 한번 어울리네"
어쩐지 요즘엔 사는 게 짜릿짜릿해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렇게나 즐거워... 나의 예쁜 뿔


공연을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돈 쓸 맛이 난다. 그래 이럴 때 돈 쓰려고 내가 일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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