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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Feb 26. 2023

길거리 광고 전단지를 받으시나요?

<오글오글 10분 글쓰기 ep. 23>

점심을 먹으러 수내역 근처로 나가면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분들이 있다. 통상 헬스장 전단지이다. 나는 이러한 전단지를 받지 않는다. “아니요”라고 거절해도 굳이 손에 쥐어주는 사람을 보며,, ‘뭐지?’라는 생각을 한 적도 많다.


처음부터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 건대입구에 살던 시절 집 가는 길 근처에는 술집이 많았다. 클럽, 감성주점 등등. 이런 곳들은 홍보가 중요했기에 당연히 광고 전단지도 많았다. 집에 들어오면 손에 전단지가 열 장은 되었다. 매일을 이렇게 지내다 보니, 이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다 쓰레기 아닌가. 내가 받지 않으면, 나처럼 받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런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받지 않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전단지를 받지 않았으니 약 십 년 정도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전단지 알바는 종이 장수가 아니라 시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중 아침에 아래 영상을 봤다.

영상바로가기


결론은 전단지를 받거나 받지 않거나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전단지를 건네는 사람에게 차갑게, 냉정하게 대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저런 종류의 판촉행사 일을 해본 사람이 기억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태도이지 그가 판촉물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아니었다. “냉정한 시선으로 왜 이런 걸 주는 거야?”라고 쳐다보는 그 시선이 상처였고, 같은 거절도 누군가는 정중하게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따뜻한 안부와 함께 받아주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들의 따뜻함이 기억이 날 뿐이라고 한다. 더욱이 전단지를 나눠주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칠십이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저것뿐이라고 하기도 하고,, 왜 할머니들이 이 일을 많이 하시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사람도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고, 내가 그 일이 필요하지 않으면 정중하게 거절하면 될 뿐이다. 나에게 그의 일을 판단하고, 그에게 불편할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지는 않다.


나는 앞으로도 전단지는 받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환경오염이라고 생각하며,, 수요가 없어야 공급이 사라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거절하지는 말아야겠다. “괜찮습니다.”라고 눈 마주치면 이야기하는 정중함은 갖춰야겠다. 그리고 노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 (누군가 생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거 말고는 떠오르는 단어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ㅎ 무튼 뭐라도 해보겠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크고 작은 갈등의 깊숙한 곳에는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의 근본을 잊은 채 그 일을 수행하고 있는 개인에 대한 분노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건설적인 자세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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