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 Sep 04. 2023

그럼에도 페스티벌에 또 갔다

지난 주말 렛츠락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스무살이 된 후 나의 가장 큰 로망은 페스티벌이었다. 올림픽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실 수 있다니 ㅎㅎ

그렇게 기대하며 갔던 첫 페스티벌은 정말 행복 그 자체였다.


“아! 이런 걸 즐기려면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문제는 최근 몇 년 간의 페스티벌에서는 이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우선 사람이 너무 많다. 음료 하나 마시려면 40분을 줄을 서야 할 정도라니. 돗자리 깔 자리가 없어서 둔덕까지 올라가야 할 정도라니. 이건 운영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대 수용인원이 아니라, 최선의 고객 경험을 줄 수 있는 수용인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두 번째로 식음료비가 너무 비싸다. 술은 애초에 반입이 불가이고, 음식도 내부에서 사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 적정한 가격이 필요한 것 아닌가? 지나치게 비싸고, 이 마저도 사람이 많아 줄을 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야금야금 티켓값이 매년 올라간다. 요즘 안 오르는 게 없다지만, 매번 운영적으로 불만족하는데 티켓 가격은 오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페스티벌에 갔다.


그곳에 가는 단 하나의 이유는 무대 위의 가수이다. 짜증이 났다가도 페퍼톤스의 음악에 마음이 녹았고, 크라잉넛의 음악에 감동을 받았다. 이 무대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가수와 그들의 음악. 결국 그 감동으로 인해 짜증으로 시작했던 하루가 감격으로 마무리되었다.


여전히 많은 생각은 든다.

페스티벌에 내가 쏟는 돈과 시간과 체력에 비해 감동이 큰 시점이 언제까지일까?

나이 들어감에 따라 나의 셈법의 가치가 달라져서 유독 짜증을 느끼는 것일까?

페스티벌 운영이 점차 가격대비 저하하는 것일까?

혹은 맛집에도 줄 서야만 갈 수 있고, 공연 티켓팅에도 성공해야만 갈 수 있는..  휴식조차 끝없는 경쟁과 치열함에서 이겨야만 누릴 수 있은 삶 속에 점점 지쳐가고 있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은 습관으로부터 나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