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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Apr 14. 2019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연애도 좋지

처음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덤덤한 마무리가 문제였는지 뒤늦게 후폭풍이 몰아쳤다. 도대체 연애가 뭐라고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얘기 같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지, 한 줌의 위로도 없이 무수히 많은 공감만 남겨둔 채 누구나 그렇듯 홀로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결국 첫 연애의 첫 이별에 어쩔 줄 몰라 곱씹고 곱씹다 결국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다. ‘전 남친에게 띄우는 꽤 오래 만날 줄 알았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로 시작하지만 전 남친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그림과 글을 기록한다.


처음 만난 날,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의 전공을 소개했다.

당시 4학년이던 나는 곧 있을 졸업 전시로 고민이 많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흘러갈 수 있는 얘기였지만 상대방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졸업 전시하면 보러 갈게요.”라는 말을 전했다.

그 순간 ‘뭐지?’, ‘우리가 그때까지 만날까?’ 하는 의심과 함께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졸업 전시회가 오게 된 날 어찌나 감회가 새롭던지.


 오픈식 날은 같이 준비한 동기들과 선배, 교수님, 축하하기 위해 자리한 지인들과 후배들로 바글바글했다.

학교 내 전시실이 있어 타과 학생들도 오며 가며 감상하기에 여러모로 시선을 끄는 날이었다.   

혹시 내 손님이 오지는 않을까, 왔는데 인사도 못하고 지나치진 않을까, 동기들과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입구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때 평소보다 신경 쓴 옷차림과 정갈한 가르마를 탄 그 친구가 전시실 입구에 나타났다.

낯선 장소에서 어색해하지 않으려 노력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타이밍 좋게도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졸업 전시를 축하한다며 꽃다발과 향수를 선물로 건넸다.

어쩜 이렇게 선물을 ‘선물’처럼 잘하는지, 양손 가득 들려있는 것은 특유의 검은색 케이스가 돋보이는 제인 파커의 꽃다발과 당시 인기가 가장 좋았던 조 말론의 향수였다.

주변인들의 동경 어린 시선과 슬쩍 귓속말로 전해오는 선배 언니들의 부러움 가득한 칭찬들이 뒤풀이 장소에서까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특별한 날을 더욱더 빛나게 만들어준 그 친구가 정말 고맙고 멋있어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그 친구가 졸업 패션쇼를 하는 날(의상학과를 전공했다.) 나도 꼭 멋지게 꾸미고 가서 꽃다발과 향수를 선물하겠다고.


2년 뒤, 그 친구는 졸업패션쇼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제인 파커의 꽃다발과 니치 향수를 받게 되었다.






앞으로 이어질 그림과 글은 이별로 가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헤어짐의 결정적인 이유가 없어 드라마틱 한 재미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했던 과정이 담겨있다.

‘이거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을 만큼 극 사실주의로 풀어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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