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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Apr 21. 2019

별거 아닌데 참~ 서운한 거


처음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덤덤한 마무리가 문제였는지 뒤늦게 후폭풍이 몰아쳤다. 도대체 연애가 뭐라고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얘기 같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지, 한 줌의 위로도 없이 무수히 많은 공감만 남겨둔 채 누구나 그렇듯 홀로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결국 첫 연애의 첫 이별에 어쩔 줄 몰라 곱씹고 곱씹다 결국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다. ‘전 남친에게 띄우는 꽤 오래 만날 줄 알았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로 시작하지만

전 남친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그림과 글을 기록한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뒷담화가 아닌 적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뒷담화를 해봐야겠다.

연애 기간 동안 인생 최대의 난제인 앞머리의 유무와 생머리, 묶음 머리는 내게 선택권이 없었다.

“이거 어때?” 하고 물어보면 “아니야 넌 단발이 잘 어울려.”

“그럼 이거는?” 하고 물어보면 “아니야 안 어울릴 것 같아.”

심지어는 머리를 묶고 간 날 못생겼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물론 정말 정말 앞머리와 묶음 머리가 별로일 순 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단호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제 와서 하는 말이라 더 찌질하지만 너도 앞머리 넘긴 거 진짜 안 어울려.

나는 전형적인 싸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잠들기 전 지난 일을 되새김질해 감정을 극대화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이런 쭈구리 같은 면은 연애에서도 별수 없는지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면 번번이 패하곤 했다.

한 번은 얼굴이 뒤집어져 화장으로도 커버가 안되던 날,

코 옆에 난 왕 여드름이 웃기다며 여드름이 사라질 때까지 엄청 놀려댔다.

그때부터 칼을 갈았던 것 같다. 언젠가 그 친구에게 찾아올지 모를 왕 여드름을 위해.

드디어 놀릴 수 있게 된 날,

“아!”하고 아는 척을 하기도 전에 그 친구는 “놀리지 마.” 하고 놀릴 타이밍을 뚝 끊어버렸다.

결국 여드름이 사라지는 날까지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이렇게 찌질하게 글을 쓰고 있다.

아 나란 사람은 역시.






앞으로 이어질 그림과 글은 이별로 가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헤어짐의 결정적인 이유가 없어 드라마틱 한 재미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했던 과정이 담겨있다.

‘이거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을 만큼 극 사실주의로 풀어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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