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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Apr 28. 2019

이별을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는

처음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덤덤한 마무리가 문제였는지 뒤늦게 후폭풍이 몰아쳤다. 도대체 연애가 뭐라고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얘기 같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지, 한 줌의 위로도 없이 무수히 많은 공감만 남겨둔 채 누구나 그렇듯 홀로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결국 첫 연애의 첫 이별에 어쩔 줄 몰라 곱씹고 곱씹다 결국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다. ‘전 남친에게 띄우는 꽤 오래 만날 줄 알았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로 시작하지만 전 남친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그림과 글을 기록한다.

한 번도 이 친구와 ‘결혼을 할 거야.’ 내지는 ‘결혼을 하겠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질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이 전해오는 남자친구 이야기

(30살에 결혼하자고 했다는 둥, 서로를 여보라고 부른다는 둥 등의 이야기.)

조금은 닭살스러운 행동들이 부럽지 않았던 건 우리는 다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서로를 이름 석자로 핸드폰에 저장했고,

만나는 동안 애칭이나 커플링 하나 없었다.

우리의 미래를 약속하지 않았으며

취업 준비 중일 때조차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의논하지 않았다.


헤어짐을 준비하듯 서로에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지만

이별이 당황스러웠던 이유는 나만 아는 우리의 모습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 친구는 한 겨울에도 아이스만 마셨고

밀크티는 너무 달지 않은 집 앞 카페를 좋아했으며

한 끼를 먹어도 맛있는 음식을 원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미간이 좁아져 무서운 표정이 되는 그 친구와 어색한 가짜 웃음으로 입이 길어지는 내가 보였고,

수년의 자취 경력으로 얼추 맛을 낼 줄 아는 그 친구와 블로그로 요리를 배워 모양만 예쁜 음식을 만드는 내가 있었다. 


요즘 핫하다는 중식당에서 그 친구는 고소한 튀김이 최고라 말했고 나는 매콤한 탕에 손이 더 갔었다.

식사 후 카페에선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는 나와 픽업대를 향하는 그 친구가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그림과 글은 이별로 가는 행복했던 순간의 기록이다.

헤어짐의 결정적인 이유가 없어 드라마틱 한 재미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했던 과정이 담겨있다.

‘이거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을 만큼 극 사실주의로 풀어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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