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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May 05. 2019

타이밍도 거지같이

처음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덤덤한 마무리가 문제였는지 뒤늦게 후폭풍이 몰아쳤다. 도대체 연애가 뭐라고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얘기 같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지, 한 줌의 위로도 없이 무수히 많은 공감만 남겨둔 채 누구나 그렇듯 홀로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결국 첫 연애의 첫 이별에 어쩔 줄 몰라 곱씹고 곱씹다 결국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다. ‘전 남친에게 띄우는 꽤 오래 만날 줄 알았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로 시작하지만 전 남친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그림과 글을 기록한다.

그 친구가 취직하기 앞서, 나는 2년 먼저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회생활이라고 해봤자 월수입이 최저 시급에도 못 미치는 프리랜서 활동이었다.

직장을 다녀본 경험 없이 프리랜서를 시작해서인지, 일정하지 않은 수입이나 앞날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다만 보편적이지 않은 사회생활에 그 친구가 내 직업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2년 동안 전전긍긍하던 프로젝트가 세상에 공개되던 날,

환희에 차서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했었다.

하필 그날, 그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 보람도 없이 너무나 냉소적인 반응에 급히 전화를 끊게 되었다. 


내가 이 프로젝트의 결과를 얼마나 기다렸고 기대했는지 모를 리 없었다.

전화를 끊고도 내심 다시 연락이 오겠지 하며 마음을 달랬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우리는 축하를 주고받을만한 사이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왜 행복한 순간에 축하를 주고받지 못할까.

왜 슬플 때 위로받지 못하지.

내가 그 친구를 자랑스러워하는 만큼 그 친구는 내가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할까.

나는 프리랜서로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왜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집에서 일한다고 그 친구의 일정에 항상 내가 맞춰야 하나.


이러한 생각들이 스스로를 좀먹어 결국 우리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어질 그림과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헤어짐의 과정이다.

헤어짐의 결정적인 이유가 없어 드라마틱 한 재미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했던 과정이 담겨있다.

‘이거 너무 자기중심적인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나의 연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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