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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May 12. 2019

시간을 가질 바에는 그냥 헤어지지

처음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할 생각은 없었다.

너무 덤덤한 마무리가 문제였는지 뒤늦게 후폭풍이 몰아쳤다. 도대체 연애가 뭐라고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얘기 같고 구구절절 맞는 소리만 늘어놓는지, 한 줌의 위로도 없이 무수히 많은 공감만 남겨둔 채 누구나 그렇듯 홀로 이별의 아픔을 견뎌야 했다. 결국 첫 연애의 첫 이별에 어쩔 줄 몰라 곱씹고 곱씹다 결국 이런 짓까지 하고 말았다. ‘전 남친에게 띄우는 꽤 오래 만날 줄 알았던 우리가 헤어진 이유’로 시작하지만 전 남친이 이 글을 봤으면 하는 마음 반 안 봤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그림과 글을 기록한다.

헤어지긴 두렵고 가만 두기에는 악화될 것 만 같은 관계에서 가장 쉬운 해결책은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시간을 갖는다는 명목 하에 일주일 정도 연락을 안 하고 지냈던 적은 있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기억도 안 날 만큼 별거 아닌 일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누구 하나 연락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무연락 상태 일주일째, 이렇게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우리는 헤어진 걸까 하는 생각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우리가 만난 시간이 있는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헤어진 것도 아니면서 연락도 안 하고 지내는 건 뭐지' 하는 분노가 치밀었다.


반 결별 상황에, 크레셴도 분노를 키워가며 한 행동은

정말 안 어울린다고 했던 앞머리 자르기.

벌써 홀가분하다는 듯 훌쩍 여행 떠나기.

친구들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술 마시기.

그중 최고는 취직이었다.

그 대단한 직장생활, 얼마나 다른 세상이길래 내가 이해를 못 한다는 건지.

태어나서 한 번도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 친구가 나의 인생관을 바꿔줬다.

(애초에 큰 기업이 목표도 아니었고 이것저것 따지고 한 취업이 아니라 금방 취직이 되었다.)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나였다.

서운했던 말, 서운했던 행동들보다 기약 없는 침묵에서

이 친구를 털어 버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집 앞 카페에서 만나 이별을 얘기했고,

왜 이렇게 웃으며 말하냐는 그 친구의 말에 그냥 잘 지내라 했다.


조심히 들어가

들어가면 연락해

대신

아, 최근에 취직했어

좀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 텐데

가 우리의 인사였다.




정말 별거 없는 끝이라 민망하지만 남은 그림과 글은 정말 끝의 끝을 달리는 이야기다.

(마치 최종. jpg, 진짜최종. jpg, 진짜진짜최종. jpg, the_end. jpg 같다고나 할까.)

끝의 끝의 끝 이야기 역시 드라마틱 한 재미는 없지만 당사자들은 꽤나 심각했던 마지막이 담겨있다.

‘이거 너무 자기중심적인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나의 연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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