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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May 19. 2019

담담한척한다고 참 애썼다

대학교 4학년, 남자친구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4년의 연애 끝, 헤어지자는 말은 먼저 꺼냈지만 곱씹을수록 괘씸하고 차인 기분이었습니다.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변해버린 너의 표정, 말투, 행동. 그렇게 “나랑 결혼해줄래”로 시작한 그림은 “우리가 헤어진 건 너 때문이야” 가 되어버렸습니다. 서로가 이럴 줄 몰랐던 시작과 끝의 이야기입니다. 

이별을 말하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헤어짐을 실감하지 못했다.

오래 사랑해서 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최소 열 번의 이별은 한 것 같다.

헤어지고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종각역 근처 카페에서는 정말 그만하자는 두 번째 이별을 경험했고,

홍대 대로변에 위치한 2층 카페에서는 서로 그만 보는 게 좋겠다는 세 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그 이후로도 집 앞 카페에서의 네 번째 이별, 인사동에서의 다섯 번째 이별 등.


그렇게 이상한 만남이 꽤 지속될수록


‘강아지는 요즘 안 아파?’

‘응. 괜찮아. 요즘도 많이 바빠?’

‘뭐 똑같지. 전에 봤던 그 친구 최근에 취직했대.’

‘와, 다행이다. 엄청 고생했네.’


더 이상 우리 관계가 아닌 서로의 근황 토크를 하게 되었다.

뭐지 싶은 이상한 관계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어느새 뜨문뜨문 만남마저도 사라졌다. 


친구들은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냐, 아가페적인 사랑이냐 놀리고 걱정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의 감정으로는,

곁에 있는 사람이 누가 됐든 그 친구가 잘 지냈으면 한다.


정말 끝!




평소 글이라고는 회사에서 작성하는 업무 보고서가 다 인지라,

매주 물구나무서듯이 글을 써왔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쓸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제목은 다소 원망이 들어갔지만,

10화까지 갈 수 록 감정이 격해졌지만,

전 남친을 헐뜯기 위해 그림과 글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만약 지금 그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이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당시에는 조금만 사랑해야지, 표현을 아껴야지 했는데,

너무 넘치는 애정에 심심한 연애와 힘든 이별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빛나는 시기에 좋은 추억이라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남겨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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