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힘들면 더 기억에 남는 거야!”
여행 계획을 세우기만 했는데,
나는 이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피곤했다. 나는 항공권을, 그녀는 카페를 나는 숙소를, 그녀는 옷을 먼저 챙겼다.
-일단 이 식당은 꼭 가야해! 인스타에서 봤는데 완전 예뻐!
식당을 맛있다로 찾는 것이 아닌 예쁘다로 찾은 친구에게 어떤 말로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일정표를 엑셀로 정리했고, 그녀는 그 말풍선에 곰돌이 이모티콘으로 반응했다.
-이번에 산 건데 귀엽지? -응.
사실 하나도 안 귀여웠다.
식당과 카페는 본인이 정한다며 호기롭게 화이팅을 외치더니 하루에 열두 번도 바꿔댔다. 처음엔 거기에 맞춰 여행 경로를 수정하던 나는 점점
그 의미를 잃고, 마지막 의견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아니, 이렇게 가다간 여행을 가서도 두 시간 전에 바꿀 수도 있었다. 두려웠다.
-여행 계획 짜는 거 진짜 힘들다.
무심코 중얼거렸더니 그녀는 말했다.
-여행은 힘들면 더 기억에 남는 거야!
그 말이 왜 그렇게 얄밉고 또 서운하던지.
예전엔 저런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해맑음이 좋았는데 말이다.
-결제할 것들은 내 카드로 일단 할게. 나중에 반절 보내줘.
아니 잠깐… 지금 카드 실적을 채우고, 나한테는 현금깡을 하겠다는 건가?
해맑게 웃던 친구의 모습이 어딘가 일그러져보였다. 아니, 지금 덮어놓고 해맑은 건 오히려 나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친구의 모습만 기억하고, 다 자란 친구의 모습을 몰라보는 내가.
나는 핸드폰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미안한데 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