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조금 덜 흔들렸으면 좋겠다.”
오늘도 제대로 혼났다.
보고서는 엉망, 말하는 타이밍은 다 어긋나고…
신입이라는 게 몸에 너무 붙어 있어서
떼어낼 수가 없다.
온몸에 너무 선명하게 묻어 있어서
걸을 때마다 덜그럭거리는 느낌.
퇴근길,
고개 푹 숙이고 걷다가
바닥에 적힌 글씨에 시선이 멈췄다.
어린이 보호구역
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
아이들처럼 작고 여린 존재를
천천히, 조심히 지켜주는 곳.
그 표지판이 오늘따라
나한테 필요한 말처럼 보였다.
‘나도 좀 보호받고 싶다.’
누가 내 앞에 속도 줄여주라는 표지라도 세워줬으면.
내 하루를 밀어붙이던 말들이
조금만 덜 아프게 스쳤으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들고 나오자
차가운 금속 느낌이 손끝에 닿았다.
손에 든 차가운 캔이
내가 어른 흉내 내고 있다는 걸
더 선명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우스웠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서니까
내 작은 원룸 불빛이 보였다.
딱 오늘 같은 날엔
그 좁은 방이 유일하게 안전한 곳처럼 느껴진다.
문만 닫으면
아무도 나한테 ‘기본도 모르냐’고 하지 않고,
아무도 신입이라고 불러대지 않는 공간.
그냥 숨 쉴 수 있는 곳.
오늘은 그거면 충분하다.
내일은 조금 덜 흔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