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보호구역_창신동

“내일은 조금 덜 흔들렸으면 좋겠다.”

by 전초록


오늘도 제대로 혼났다.

보고서는 엉망, 말하는 타이밍은 다 어긋나고…

신입이라는 게 몸에 너무 붙어 있어서

떼어낼 수가 없다.

온몸에 너무 선명하게 묻어 있어서

걸을 때마다 덜그럭거리는 느낌.


퇴근길,

고개 푹 숙이고 걷다가

바닥에 적힌 글씨에 시선이 멈췄다.


어린이 보호구역


괜히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

아이들처럼 작고 여린 존재를

천천히, 조심히 지켜주는 곳.

그 표지판이 오늘따라

나한테 필요한 말처럼 보였다.


‘나도 좀 보호받고 싶다.’

누가 내 앞에 속도 줄여주라는 표지라도 세워줬으면.

내 하루를 밀어붙이던 말들이

조금만 덜 아프게 스쳤으면.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들고 나오자

차가운 금속 느낌이 손끝에 닿았다.

손에 든 차가운 캔이

내가 어른 흉내 내고 있다는 걸

더 선명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우스웠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서니까

내 작은 원룸 불빛이 보였다.

딱 오늘 같은 날엔

그 좁은 방이 유일하게 안전한 곳처럼 느껴진다.


문만 닫으면

아무도 나한테 ‘기본도 모르냐’고 하지 않고,

아무도 신입이라고 불러대지 않는 공간.

그냥 숨 쉴 수 있는 곳.


오늘은 그거면 충분하다.

내일은 조금 덜 흔들렸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20. 첫눈을 기다리는 그대에게_남산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