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용 Aug 05. 2022

'화'는 통제할 수 있다.

'기쁨'은 주체할 수 없지만

우리가 자주 느끼는 감정들은 크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쁨, 행복함,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 감정이 있는가 하면, 사랑, 그리움, 공허함과 같이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도 있다. 반면에 분노, 증오, 혐오 등과 같이 부정적 감정 또한 존재한다. 특히 다른 감정들과 달리 별도의 노력 없이도 표출할 수 있는 것이 부정적 감정, 즉 '화(anger)'인 것 같다.


감정은 과정보다는 결과의 산물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는 결과에서 긍정적 감정을 느끼고, 반대로 부정적 감정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확인할 때 느낀다. 쉽게 말해 '화가 난다'라는 것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를 때 느끼는 감정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화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화가 난 상황은 내 생각 또는 의도와는 다른 결과에서 표출된다. 그러나 늘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데, 내 능력이나 의지, 선택 등이 항상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면 과정을 바꿔야 한다. '화'는 결과의 산물이지만, 과정에 초점을 둬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긍정적 감정보다 '화'는 더 쉽고, 더 자주, 더 강하게 표출하기 쉽다. 그 이유는 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나와 가족의 생각이 다르고, 나와 사회가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다. 제일 친한 친구, 세상에 하나뿐인 반려자, 평생을 함께 살아온 가족도 모든 생각이 같을 수 없다. 취향 또는 성격이 비슷해서 같은 것을 좋아하거나 생각하는 방식이 유사할 수 있지만, 완전히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삶을 살아가면서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우를 더 흔하게 마주할 수 있다. 생태 구조적 문제로 '화'를 표출하기 쉽다면, 생각이 다름을 확인할 때마다 '화'를 내야 할까? 우리는 '화'를 통제할 수 있다. 다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기다림의 과정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있다. '화'를 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 감정을 공유하며 상생할 수 있다.


'화'를 통제하는 방법으로써 단 하나의 전제 조건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타인에게 매번 양보하라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다르다는 것을 준비한다면, 다퉈야 할 이유가 없어질 수 있다. 다를 수 있음은 내 주장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님과 같다. 언제 어디서든 이를 준비하고 있다면, 상대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그 기다림이 혐오나 증오, 분노로 끝맺지는 않을 것이다.


다를 수 있음을 준비한다면, 갈등의 해결 방법도 다양해질 것이다. 현재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대만이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면, 나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대상을 바꿀 수 있다. 반면 갈등을 가진 상대와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 조건을 세분화하며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 시점에 따라 생각의 변화가 예상된다면, 굳이 지금 당장 해결해야 될 현안인지를 고민할 수 있다. '기쁨'은 주체할 수 없지만, '화'는 통제가 가능한 감정이다. 우리가 다름을 준비하고, 기다림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할 수 있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당신의 '돈'이 아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