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이별마저도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타인과의 관계를 함에 있어 맺고 끊음이 중요하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특히나 끊음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예를 들어 학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기로 결정되어 앞으로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학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꼭 해야 된다며 학원까지 나를 데려가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맺고 끊음의 반복 속에 산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나에게 이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으셨던 듯하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어 :)
5년 이상 근무했던 회사에서 그만두는 친구는 자신이 애정 가지고 했던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남겨두고 가고 싶은 듯했다. 그러나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이별 과정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함을 추구하더라도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상호작용은 내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별은 완벽함보다는 후회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나는 오히려 친구의 말에 "모든 이별은 아름답지 않아?"라고 답했다. 서로가 합의하에 이별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방적인 이별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이별을 준비한다면 말이다. 스스로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은 먼저 우리 관계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내게 또는 내가 상대에게 더 이상 자극 또는 가치, 감정 등과 같은 것을 주고받지 못하면 이 관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비로소 이별을 준비해야 될 때다.
혼자 준비하는 이별의 과정이 소모적이라 느껴질 수 있다. 더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 자연스레 인연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이별하지 않으면 계속 상대에 대한 마음이 미련이나 집착으로 남는다. 상대와 나눈 좋은 기억이던 나쁜 기억이던 응어리져 남아있다면 상대에 대한 집착이 되어 서로가 아플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 사람과 주고받았던 진실한 대화, 울고 웃었던 애틋한 마음들, 속에 남아 있는 미련을 정리해야 한다. 미래에 내가 아프지 않도록, 상대에게 아픔을 주지 않도록.
오늘 전화번호부터 카톡, 문자 메시지 등을 정리했다. 정리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도, 내가 했던 말과 행동에 대한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야 할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과 나의 아름다움은 여기까지였음을 깨닫고 스스로 이별을 준비했다. 혼자 외로움에 상처받고 싶지 않기에, 사람을 잃겠지만 나를 지킬 수 있기에, 나를 지킴으로써 내 사람들과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기에. 그렇게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