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사랑이 한정적이기에

외로움에 맞서는 나만의 방법

by 김재용

나는 친구가 많이 없다. 고집도 세고, 제멋대로인 데다가,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곧잘 한다. 이처럼 성격도 좋지 않은데, 먼저 살갑게 연락하고 다가가는 성향도 아니다. 계산적이고 이기적으로 관계를 하는 성격이라 손해 보는 것도 싫어한다. 이러한 성격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해서든 해내고야 말고,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을 혐오한다. 지극히 개인 중심적이며, 이기적이다.


이런 내가 정작 하고 있는 일은 내 성향과 다르다.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나의 주된 일이다. 한 번은 이런 내 모습에 나 자신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몇몇 좋은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과 얕은 관계가 반복되었다. 내 성향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하거나 또는 좋은 사람인 것처럼 반응을 해야 됨에 따라 에너지 소모도 극심해졌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으로 관계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나는 매일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그래서 나를 지키기 위한 소심한 반항들을 꾸준히 한다. 웬만하면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는다거나, 부득이하게 전화번호를 저장해야 할 경우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 지워버린다. 연례행사처럼 남들은 연초나 명절에 다른 사람들과 덕담과 인사를 주고받기 바쁘지만, 나는 작년에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살펴보고 사람을 정리하기 바쁘다.


이렇게 사람을 정리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외로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마음을 주기 시작하면 문을 활짝 열고 끝도 없이 준다. 물론 내가 주는 만큼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때로는 내가 주는 것보다 많이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에서 손해 보는 것이 싫기 때문에 최소한이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적정량 이상의 마음을 내게 줄 수 있는 사람을 거름망에 넣어 걸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가지는 사랑의 총량이 다르다. 사랑의 양이 태평양 바다같이 한없이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가 흠뻑 내려야 겨우 생기는 고인 물같이 적은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바닷물같이 거의 무한에 가깝게 사랑을 가졌다면 애초에 타인으로부터 돌려받는 사랑의 양은 중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사랑은 고인 물 정도라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당장 메마르기 쉽다. 타인으로부터 돌려받는 사랑에 계산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향적인 성향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한정적이기에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과 만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돌려받지 못할 사랑에 두려운 것이다. 오히려 돌려받지 못할 사랑에 지레 겁먹고 사랑을 나눠주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적은 양의 사랑을 쪼개서 사용함에도 다 나눠주지 못하는 상황, 이때 외로움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나눠줄 수 없다. 돌려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이 과정이 나만의 언어로 군중 속의 고독을 설명하는 것이고, 그 고독 속에 현재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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