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실물이 훨씬 예쁘다".
- "예쁘기는? 얼굴로 경찰 하냐?".
- "예쁘면 좋지 뭘?"
프로파일러인 그녀는 이 대사와 함께 등장한다. 하지만 등장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고, 바로 4개월 후로 시점이 바뀐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수사팀이 해체되는 것을 보며 주인공인 장난감 형사는 단지 보여주기 식 수사임을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은 그녀가 대립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고작 2분 남짓의 시간이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파일러인 그녀가 이끄는 전담 팀의 무능을 이야기하려면, 그녀의 외모에 대한 대사는 필요 없었다. 심지어 드라마 전체에서 그녀의 역할은 없다 해도 이야기 전개나 결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여성으로서, 연출되었고, 보이는(showing) 상징으로서 연출되었다.
그녀를 보이는 상징으로서 소모하고 있는 장면은 그녀가 다시 등장하면서 드러난다. 그녀는 4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에 전혀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인 8화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녀는 범인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PD가 컷 사인을 보내고 재 촬영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는 곧바로 거울을 보면서 외모를 점검한다. 방송 인터뷰를 하는 데, 거울 보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가 거울을 보며 외모에 신경 쓰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극의 전개나 결말,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하등 관련이 없다.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 시청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오직 수려한 외모만이 그녀를 증명하는 도구다. 마치 백화점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말이다. 이는 시청자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게 기억되도록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건 현장에서 그녀는 다시 등장한다. 과학 수사팀은 온몸에 장비를 착용하고 수사에 열중하고 있지만, 그녀는 깔끔한 코트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걷고 있다. 강력계 형사가 다가와서 먼지를 털자, 헛기침을 하고 코를 가린다. 이것이 의도된 연출임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그 장면의 처음부터도 그녀는 뒤집어쓰지 않은 코트의 먼지를 귀찮다는 듯 털어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가온 형사가 대충 마무리하고 끝내자 말하니, 그녀는 당연하다며 동조한다. 형사는 "역시"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역시나 현장에서 무능하고 보이는 상징으로 소비된다.
먼저 그녀를 프로파일러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다. 무능한 존재로서 프로파일러를 보여주려 했다면, 형사들이 그녀 외모를 평가하거나 외모를 신경 쓰는 모습, 현장에서도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행동은 불필요한 연출이다. 심지어 8화 중 2화, 그것도 잠깐 등장하는 인물이다. 시청자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그녀에게 부여된 연출은 성차별적 요소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녀는 등장할 때마다 무능하고, 현장에서는 효용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외모만이 그녀의 가치를 증명한다. 남성이 다수인 사회에서 바라보는 여성을 연출한다. 시청자에게 자연스레 여성 경찰을 바라볼 시각을 제공한다. 이 드라마에서 다른 여성 경찰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굳이 프로파일러로 여성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의미를 지닐 것이라 추측된다.
연출이 우리 사회 성차별적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성차별적 인식에 대해 문제라고 언급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웃음으로써 현실의 어두움을 드러내는 블랙 코미디처럼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하기에는,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와 거리가 멀다. 그저 민낯을 드러냈고, 시청자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한 것에 가깝다. 오히려 그녀를 성차별에 따른 고정된 역할로 본다면, 이해가 보다 직관적이다. 남성이 다수인 조직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무능한 존재로 보는 것도, 남성에게 고정된 성 역할을 여성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유 신곡과 그 뮤직비디오가 화두였다. 성 소수자 차별 투쟁에 사용하는 슬로건과 같은 제목, 장애라는 것을 극복의 대상으로 연출한 뮤직비디오가 논란이었다. 사람의 생각은 각자 다르기에 논란이 되었다는 것조차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성숙해지는 것을 알기에 이 드라마를 보고도 누군가는 불편함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 드라마의 성차별에 대한 연출은 대단히 난감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