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야기를 그리는 화가이자, 스케치북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by 김재용

새롭게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대부분 자신의 직업 또는 소속을 밝히고는 소개가 끝이 난다. "저는 ○○ 회사에 다니는 ○○○입니다". 물론 내 모든 모습을 간단한 자기소개에 이야기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직업이나, 소속으로 나를 소개하는 사람의 비율은 압도적인 듯하다. 나는 직업이나 소속으로 치환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역할과 자신의 본질을 혼동한다.


이는 일로써 만나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여행에서 마주하거나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나를 나이와 직업으로 표현한다. 만약 내가 그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 나라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걸까? 나라는 사람의 본질이 갑자기 바뀌게 되는 걸까? 바뀌는 것은 단지 사회적 역할일 뿐이며, 나라는 존재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내 본질을 사회적 역할에서 찾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적 역할인 직업이나 소속에서 본질을 찾는다면, 직장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좋은 학교를 졸업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인성이나 공동체 의식보다는 학벌이나 소득과 같은 물질적 요인에 판단의 기준을 두기 쉽다. 좋은 직장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구조상 대부분은 입사에 실패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은 실패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이에서 내 본질을 찾는다면, 소위 꼰대 문화로 연결되기 쉽다. 내 본질은 사회적 역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취미 부자시네요!
하루가 24시간이 아닌가 봐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며 하는 말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성과 도전할 수 있는 용기까지 가진 덕분에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은 경험은 나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나를 표현하는 많은 말들은 자존감을 높여줬고, 더 많은 도전의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아크릴화를 그리는 사람, 연필 스케치를 하는 사람, 철학에 빠져있는 사람, 인문학 책을 읽는 사람, 역사/전쟁/미술/과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 사회복지를 직업으로 가진 사람, 뚜렷한 정치적 관념을 가진 사람, 양식/중식/일식/한식/동남아 요리를 하는 사람, 노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때론 즐거운 음악에 막춤 추는 사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 일에 열정적인 사람, 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람, 강아지와 함께 살며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 미드나 영드와 같은 시리즈물 몰아보기를 즐기는 사람, 판타지에 진심인 사람, 축구를 좋아하며 보고 직접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에세이를 쓰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타자와는 다른 성격, 요인들을 발견하며 내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나는 나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화가'이자, 그려진 그림을 포함하는 '스케치북'이다. 나는 '화가'로서 계속된 이야기를 그리는 행위자인 동시에, 많은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결과로써 '스케치북'의 지위를 가진다.


중요한 것은 '화가'나 '스케치북'이 아니라 그려져 있는 다양한 그림들이다. 나는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람일까?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다양한 내 모습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이야기들과 경험이 쌓여 나라는 사람이 "되어간다." 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며,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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