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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Oct 11. 2022

'범죄도시 2'가 내게 불편했던 이유

영화 속에서 극 중 마석도(마동석)에게는 법, 사회의 질서는 철저히 무시된다. 극적 표현을 위해 상황 설정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정도가 과했다고 생각된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경찰에게 사법권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무작정 주거침입과 기물파손뿐 아니라 공직자(베트남 영사관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다. 특히 마지막 액션신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였다.


마석도는 장이수가 강해상에게 제압당할 것을 예상하고 밀항을 유도한다. 장이수가 돈을 빼앗기고 강해상이 탄 버스를 알려줘 터널 안에서 일방적인 폭력을 가한다. 마지막 액션신인만큼 버스는 망가지고, 주변에 있는 차들까지 유리가 깨지고, 강해성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무력 진압된다.

백번 이해해서 범죄자를 잡기 위한 전략으로써의 밀항 유도였다고 하더라도, 동료 경찰들과 함께 공권력으로 쉽게 제압 가능한 상황을 연출했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터널이라는 한정된 공간으로 설정하고 버스를 막아 세우는 연출로 진퇴양난의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는 마석도가 버스에 올라타 시민들의 퇴장을 요구한다.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폭행.


총기 소지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도 경찰과 군대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조직이다. 경찰의 무력은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만 사용되어야 한다. 마석도는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진압했어야 했다. 경찰인 마석도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시민을 대피시킨 후 권총으로 위협 또는 부득이한 경우 총을 사용하여 범죄자를 구속했어야 했다.


물론 흥행의 요소를 위해 1편의 장면들을 오마주해서 재미를 이끌어 내거나, 캐릭터 성을 더 강화해 속편의 이점을 가져간 것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그러나 합법적인 무력 행사가 가능한 경찰이 상관의 지시에 불복하며, 개인적 판단으로 범죄자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클라이맥스의 액션신이 마치 정당하고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의 폭력으로 연출했다는 점이 영화 중 제일 불편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는 범죄자(악인)를 경찰(선인)이 잡아 정의 구현하는 것에 대한 목적의 문제가 아닌, 수단(폭력)의 문제다. 총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던 데다,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안전하게 작전 수행했어야 했다. 현실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경찰이 있었다면 단순히 징계받는 것으로 절차가 마무리될 리 없다.


영화를 단지 재미 추구 콘텐츠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본 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서 감독 또는 연출자가 던지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거나 이슈를 부각하는 스피커로써의 역할을 겸한다. 이 영화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폭력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


감독 또는 연출자의 작품 활동은 자유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사회 기성세대들은 이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로 분류했어야 했다. 더불어 그릇된 가치를 전달한다면 흥행실패로 이어지는 경험들이 반복될 수 있도록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성숙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무질서하며, 개인의 폭력 욕구를 일방적으로 표출하는 영화가 흥행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자극적이고, 폭력이라는 것에 얼마나 무뎌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사회질서와 올바른 가치, 시민의 성숙보다는 폭력과 그로 인한 단순 쾌감만을 전달해서 흥행으로 이끌어 돈을 버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이러한 콘텐츠들만이 양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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