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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Oct 12. 2022

눈 떠보니 장애를 가졌던 것에 대하여

인식개선이 필요한 이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다리에 간지러움을 느껴 박박 긁었다. 평소 같았으면 사라졌을 간지러움이지만, 이미 긁었다는 기억을 잊은 것 마냥 계속해서 간지러웠다. 간지러움이 계속되어 잠이 깼고, 결국 샤워를 하기 위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옷을 다 벗었다. 거울 앞에 선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온몸에 울긋불긋한 두드러기가 났다.


금방 가라앉을 줄 알았던 두드러기가 낮에는 진정되는 듯 보이다 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온몸 전체로 다시 퍼져나갔다. 토요일이라 병원을 가 볼 수도 없었기에 '내일은 가라앉아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긁지 않았기에 흉터도 없이 두드러기는 거의 사라졌다. 문제는 일요일 저녁에 더 심하게 두드러기가 퍼져 얼굴까지 나게 되었다.


두드러기가 가라앉을 때쯤, 장애 관련 칼럼을 읽고 있었다. 칼럼에서는 장애 인식 개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읽는 도중에 내 상황이 장애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2~3일간의 두드러기였지만, 그 불편함과 신체적·심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원이나 약국 가는 것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았지만, 타인의 도움은 절실히 필요했다.


장애라는 것은 신체 또는 정신의 불편함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항상 일방적으로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지금은 나도 장애를 가진다. 사실 우리 모두 장애를 가진다. 이를테면 정보 부족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변화하는 관념에 적응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주변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 등 그 사례는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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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제를 뒤집어 보면, 불편함을 겪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소통하고 수평적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일방적인 수혜 관계로 바라본다. 이처럼 일방적 관계에서 비롯한 인식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 인식 또는 관념은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거나, 자존감을 낮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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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장애 인구가 5%지만, 하루에 내가 만나는 20명의 사람 중 1명은 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제반 여건도 필요하지만, 인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항시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생각한다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다. 그저 함께 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틀림과 다름을 이야기하며 오히려 차이를 부각하는 것 또한 멈추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그렇게 점차 하나가 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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