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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Oct 18. 2022

우리 사회가 장애를 만드는 과정

나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루틴화 해둔다. 매일 아침 일어나 강아지와 산책하는 일, 토요일 오전은 대 청소의 시간, 일요일은 화장실 청소와 강아지 목욕하는 날. 물건은 그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 놔두며, 심지어 지갑에 지폐 초상화의 얼굴들이 나를 보도록 놔두고 큰 액수부터 적은 액수까지 맞춰 얼마가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둔다. 책상에 먼지가 보이면 청소를 하고, 유리에 손 지문이 생기면 발견하는 즉시 닦아낸다.


강박장애의 증상에는 결벽증도 포함된다. 나는 양치질도 10분 이상 하는 편이고,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것을 만지면 손을 꼭 씻는다. 나열한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행동들을 미루어 볼 때, 내게는 강박장애가 있다 생각했다. 물건이 흐트러져 있거나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흐트러져 있는 모습을 방관하고 싶지는 않다. 강박장애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보통 50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질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강박장애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해보고 사례에 대입해 보았을 때, 나는 강박장애라고 진단하기에는 그 정도가 현저히 낮다. 나만의 순서나 규칙성을 갖긴 하지만,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타인과 신체 스킨십에도 거부감이 없다. 물론 공용 화장실에 있는 비누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강박장애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중간 정도랄까?


그러나 내가 강박장애라 할지라도 상관없다. 현대인은 정신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 정도가 장애로 분류를 받을 정도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될 뿐이다. 장애의 기준은 시대와 사회적 인식에 따라 같은 증상을 두고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장애 유무는 중요하지 않고, 그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하다. 인식은 필히 행동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Just Do It
 - 나이키-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시대 속에 발맞춰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낙오자로 분류한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해서 만들어낸 낙오자를 나아가 우울증 환자로 만든다. 그렇게 정신장애를 개인 결함의 문제로 귀결시킨다. 정신병원에 다니는 사람을 낙인찍고,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형상화한다. 다름은 항상 차별을 부르고, 차별은 갈등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장애를 이유로 제도권 내에서 얼마의 지원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가 아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다르지 않음을, 비장애인도 어느 정도씩은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음을, 언제든 낙오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버리기 시작할 때, 우리가 배척했던 그들과 사회에서 진정으로 함께 살 수 있다. 일방적으로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닌, 존중받아야 할 한 명의 사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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