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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Oct 30. 2022

통제가 무너진 사회(이태원 압사 사고)

참담한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으신 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사망자가 15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본 압사 참사는 협소한 데다 경사진 곳에서 발생한 장소적 원인, 핼러윈 축제 콘셉트에 따른 분장으로 사고가 분명함에도 이를 혼란케 했던 시기적 원인 등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일종의 예견된 사고였을 수 있다. 사고 발생 전부터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었으며, 28일(금)에도 해당 장소의 위험성은 계속 있었을 것이다.


사고 현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며 소방 또는 의료 지원 차량이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던 점, 사고 현장에 핼러윈 축제 중이라 시민들이 사고 초기에 지원 인력들을 분장한 축제 참여자로 오해했던 점, 핼러윈 축제를 즐기며 술을 마셨기 때문에 더욱 통제가 되지 않았고, 이러한 조건들은 더욱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 원인들이었다. 통제가 어려웠던 현장이 가져올 수 있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안타깝고 비통한 사고지만, 이 사고를 보며 통제가 무너진 상황이 사회 전체를 큰 혼란에 이를 수 있게 함을 알 수 있었다. 이 사태를 아침이 되어서 알게 되었지만,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각종 방법을 통해서 찾다가 속 쓰린 사실들도 마주했다. 네이버 플랫폼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사람은 본 사고를 마치 물건이나 콘서트와 같은 행사에 다녀온 후기처럼 게시하거나,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자목의 유튜브 동영상 게시물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고만으로도 뼈아픈 상황이지만, 통제가 무너진 사회에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너져버린 현실이 우리를 더욱 아프게 했다. 사고 상황임에도 음악을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는 사람들이 많았던 사고 상황, 조회 수를 위해 보다 더 자극적이게 콘텐츠 제목을 올리는 등은 사고에 대한 사실 전달보다는 조회 수가 목적임이 분명해 보이는 콘텐츠들은 사고가 더 비극적일 수 있도록 조명하게 했다. 통제는 사고 현장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처럼 통제가 무너져 내린 상황은 이번 사고뿐만이 아니다.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명 BJ나 유튜버 등이 각종 사고 현장에서 사실 전달이라는 것을 목적으로 사회를 오히려 혼란케 했다. 사고보다 자신의 유명세와 조회 수 같은 개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사회다. 개인의 이익이 타인의 목숨보다 귀히 여겨지는 것을 볼 때면, 사람 간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된 사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타인을 신뢰하며 살아가야 할지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다양한 시선에서 사실을 전달하거나, 의견 제안은 시대 상황을 불문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에 큰 아픔을 주는 사고임을 인식한다면 표현을 평소와는 달리 해야 하고, 애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먼저라 생각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때로는 기회임을 알아도 모른 척 넘어가야 할 때가 있다.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사회적 책임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안전하고 성숙한 사회를 만든다.


통제라는 것은 항상 부정적일까. 때로는 통제가 필요한 상황도 존재한다. '통제'는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함'이라는 뜻인데, 사고 수습이나 사회 혼선을 막기 위한 제약이 필요한 현재다. '통제'를 통해 빠른 대처와 수습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이 담보되고, 신뢰가 두터워진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안전한 사회는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한 단계 성숙해질 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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