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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Nov 03. 2022

혼자만 강렬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강아지가 목욕하는 날 만큼은 풀밭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주말에는 인근 공원으로 산책을 나선다. 주기적으로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심어진 꽃들이 시들어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꽃들이 줄 맞춰 심어져 있을 때가 있다. 새로운 꽃들이 심어져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는 나도 강아지가 되어 함께 발발 거리며 산책한다.

이번에 새로이 심어진 꽃들의 강렬한 싱그러움과 고혹적인 향기는 강아지와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강인한 생명력이 올곧이 내게 전달되는 듯하다. 이런 날의 산책은 꽃만 한 아름 눈에 담고 돌아오게 된다. 그 와중에 이름 모를 꽃은 마치 태양처럼 독보적이면서 강렬한 색채를 풍겨서 다른 꽃은 쳐다볼 수 없도록 만들어 오로지 자신만을 보게 했다.


강렬함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시선을 앗아갔던 것은 꽃이 아니라 잎이었다. 빨간색의 보색은 초록색인데, 풀과 나무 등이 많은 공원의 특성상 빨간색 잎을 가진 식물이 눈에 도드라질 수밖에다. 보색으로 인해 도드라진 잎을 보며, '사회 속에 내 모습이 저 잎과 같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생각, 다른 선택을 종종 내리곤 한다. 나는 응당 옳다고 생각되는 말과 행동들을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내게 '사회성이 없다는 둥, 어떻게 하고 싶은 데로만 하고 사냐는 둥, 본인 생각만 하기에 이기적이라는 둥'과 같은 말들을 쏟아 낸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과 실제로는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색으로 보이도록 하여 독특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듯하다.


보색이 대체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영상 작업할 때, 보색은 너무 대비되어 다른 색의 디자인을 집어삼킨다. 그럼에도 보색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상대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 다만 그냥 보색을 매치하여 활용하는 것보다 채도와 명도를 조절하여 사용하면 극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보색처럼 보일 수 있다. 내가 가진 그대로의 빨간색으로 다가가면 상대는 눈부셔할 것이고, 부담스러울 것이고, 때론 불편해 할 수 있다. 내 언어의 채도와 행동의 명도를 조절하며 다가가야만 한다. 나와 같은 색을 지닌 사람에게는 유사색이 될 테니 조절할 필요가 없겠지만, 보색 관계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요인들을 고민하며 다가가야 한다. 나 혼자만 강렬하게 빛나는 것보다 밤하늘의 무수히 빛나는 수많은 별들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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