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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Oct 27. 2022

상황으로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무언가에 온전히 몰두하여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달아나버린 느낌을 받고는 한다. 그럴 때면 달아난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시간이, 다가올 시간이 아깝다 느끼고서는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반대로 7시 57분, 15시 24분 등과 같이 30분 단위나 정시에 가까운 시간을 확인할 때면, 예정된 일을 바로 시작하기보다 잠깐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나름의 여유를 가질 때도 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3분이 30분이 되거나 3시간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시간은 금이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시간을 금처럼 귀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마구 낭비하기도 한다. 이때 본질은 시간이 아니라 상황이다. 적절한 타이밍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 절실한 필요, 이루려 하는 목표 등이 들어맞아 상황을 만든다. 사실 상황은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종종 잊게 되면서 우리는 시간을 버리게 된다.


퇴사를 하면 ‘해외여행을 가야지’, ‘미뤄뒀던 책을 읽어야지’, ‘만화책 방에 누워서 원피스를 정주행 해야지’ 등의 계획이 있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가면 국내 여행이라도, 가까운 해운대 백사장이라도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만화책 방은 커녕 강아지 산책이나 시장 가는 것을 제외하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렇게 상황을 만들지 않아 시간을 버린다.


버려진 시간을 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한다. 그러나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금 시간을 버린 스스로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시간을 버리고서 하는 다짐과 자책은 상황을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 자신을 초라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다. 무기력함은 이 연결고리를 악순환으로 만든다.


연결고리를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상황을 만드는 방법은 절실한 필요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상황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캐묻다 보면, 버렸던 시간과 함께 자존감도 찾을 수 있다. 상황은 내가 만드는 것이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이를 테면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지금 느끼고 싶은 감정은?'. 이처럼 나에 대한 질문은 상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나도 상황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정지우 작가처럼 가볍게 읽으면서도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다. 에세이의 주제나 방식, 기술과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어떤 글감이 됐건 일단 쓰고 본다. 앞으로 내 자존감을 지켜나갈 방법이다. 필요를 느끼고 쓰지 않으면 선순환 고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상황을 만들어 자존감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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