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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Dec 26. 2022

《재벌집 막내아들》 돈으로는 살 수 없었던 가족애

《재벌집 막내아들》는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회귀하여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실존하는 기업들의 사실들을 허구와 섞어서 만든 '팩션(팩트와 픽션)'을 기반으로 하고, 최근 웹 소설 트렌드인 미래지식을 통한 회귀자의 먼치킨 특유의 통쾌함을 바탕으로 깊은 몰입감을 유지하는 드라마다.

ⓒ 2022. JTBC. All right reserved.

이 드라마에서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가족의 요소들을 볼 수 있다. 첫째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이다. 재벌 집 순양의 가족과 회귀하기 전의 삶이었던 윤현우 가족이다. 순양 가족과 윤현우 가족은 회귀한 존재인 진도준으로 인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윤현우의 가족에서는 쉬이 현실화되기 어려워 포기했던 대학 입학도 순양의 가족에서는 보란 듯이 유학을 다녀온다. 심지어 수천억의 빚을 지고도 태연한 순양의 진화영과 상속을 위해 주가조작에 이용되어 빚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윤현우 어머니를 통해 상반된 가족의 '돈'의 대비를 드러낸다.


시간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그런 것처럼.
- 극 중 진도준-


일종의 돈은 개인 또는 집단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쟁취한 산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회가 구성되어 잉여생산물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주체를 가졌던 사람이 재화를 얻는다. 최초의 원시사회에서는 하늘의 움직임을 읽어 기후를 예측했던 사람이, 농경사회에서는 땅을 소유했던 사람이, 근대 산업사회에서는 공장 또는 기업을 소유했던 사람이, 현대 정보사회에서는 수많은 정보 중에 가짜를 가려내고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아는 사람이 재화를 가진다.

메시의 '라스트 댄스'

그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재능이 된다. 이를테면 전 세계인이 축구를 즐기는 현재에는 '메시'가 마치 '신'처럼 찬양되지만, 만약에 '메시'가 농경사회의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계급구조로 인해 '노비'가 되었을 확률이 더 높았을 것이다. 재능과 노력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졌기에 이를 바탕으로 분배되는 재화는 '운'으로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순양 가족의 재화는 '운'으로 얻은 산물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자신의 능력에 의한 권력인 양 휘두른다. '돈'이 단지 '운'이었다면, 순양 가족은 윤현우 가족을 게으르고 참을성이 없다고 비난할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극명히 대비되었던 둘째 요소는 '가족애'다. 윤현우는 순양가 진윤기의 둘째 아들로 회귀한다. 진윤기는 선대 회장 진양철의 배다른 자식이라, 경영권 승계에는 하등 관심 없는듯한 모습으로 나름의 생존 전략을 세운다. 그랬기 때문일까? 진윤기는 진도준을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한다. 반면 진윤기를 제외한 3남매는 피를 나눈 형제임에도 '가족애'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각종 모략과 위해를 가한다. 순양가의 사람들은 가족을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도구, 즉 장기말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


가족은 아이에게만큼은 전부인 사회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가 스스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가족이라는 사회는 크기가 점차 줄어들 수 있지만 아이에게만은 큰 사회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준거가, 이후에 성인이 되었을 때 모습을 결정한다. 비로소 아이가 집단 또는 국가 단위의 큰 사회로 나아갔을 때,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는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부터 결정된다.


진윤기는 진도준에게 경영권과 같은 물적 가치보다는 스스로 열망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서적 지지를 알려 준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통념과 맞아 떨어 지기에 시청자들은 공감하며, 주인공인 진도준을 응원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신의 가족에 대입했을 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학업 스트레스와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1위를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자신의 가족을 도구로 만드는 것에 죄책감은 없다.

청소년 우울감 경험 현황 ⓒ 2021. 연합뉴스. All right reserved.

좋은 학교가 성공을 보장하고, 대기업 또는 높은 연봉(돈)이 좋은 삶을 설명한다. 재벌가의 그릇된 '가족애'는 비난하고 공감하지도 않으면서, 현실에서 우리 가족에게는 이를 내로남불식으로 강요한다. '스카이 캐슬'과 같은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했던 것은 우리 사회 많은 가족이 그 구성원을 도구로써 사용했다는 것을 쉬이 반증한다. 가족은 도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이를 행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어떤 사회에서도 부를 가진 사람들이 다수였으며, 부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소수였던 적은 없었다. 계급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를 기준으로 하는 계급은 존재한다. 불평등한 사회가 지속되어 왔으니 지배계급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당연시하기보다는, 지배계급의 수를 줄이고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시작은 올바른 '가족애'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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