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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Dec 29. 2022

《영웅》 우리에게 뜨거운 공동체성을 보여준 안중근 의사

《영웅》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나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배우 정성화)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같은 이름의 뮤지컬을 기반으로 각색한 작품이라 무대에서는 시공간의 한계로 인해 연출이 어려웠던 부분들이 영화에서는 보다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다.


국가가 무엇입니까?
영화 《영웅》 중 안중근


이 영화를 보며 남았던 가장 큰 질문은 '국가란 국민에게 무엇으로 존재하는 가?'였다. 극 중에서 안중근 또한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도대체 국가라는 것은 무엇이기에 누구는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들고, 누구는 빼앗고 찬탈하려 들고, 누구는 홀라당 팔아먹어 자신의 부를 늘리려 들까? 영화에서 연출한 것처럼 일제 강점 시대에 독립운동을 한다고 해서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지지하는 등의 응원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독립운동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있어 특별히 부를 쌓거나 명성을 쌓는 일도 아니었다.

안중근 의사와 단지

일제 강점 시대에 독립운동의 역사를 배울 때면 그 현실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상상도 잘되지 않는다. 만주에 경작이 불가능해 버려진 땅에 일일이 땅을 갈아엎어 농사를 지어먹을 것을 해결하고, 민족의 얼을 담고 있는 한글을 가르치며 배우고, 군사교육과 더불어 최소한으로 먹고 난 뒤 남은 식량을 팔아서 군 자금으로 썼다고 한다. 항일무장투쟁의 기간만 해도 짧지 않은 수년간의 고된 시간을 무엇이 버티게 했을까?


내가 찾은 답은 '공동체'다. 국가라는 것은 단순히 문서에 적힌 몇 글자의 단어일 수 있다. 심지어 그렇게 적힌 몇 글자는 새로 국적을 취득 또는 포기의 과정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가 그 자체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국민이라면 응당 공유하고 있는 문화와 규범, 생각 등의 공동체성이다. 한국 사람이기에 가진 공동체성은 국적을 바꾼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만약 내가 한국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일본의 공동체성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오히려 일본인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를 공동체성에다 빗대어 본다면, 독립운동가와 침략자, 친일파 등의 삶이 쉬이 이해된다. 그들이 각자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공동체성을 따라가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물론 작품성이 좋기도 했었지만, 명량이나 한산 같은 민족 정서를 다루는 영화는 그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콘텐츠에서 일본인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통쾌함은 인본주의와 생명 중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현대 시민들에게도 적용된다.

© 2022. (주) CJ ENM. All right reserved.

안중근 의사는 31세 나이에 순국을 맞이했다. 물론 현재 나이와 그 시대 나이에 온전히 똑같은 사회적 역할을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안중근 의사가 가졌던 '뜨거운 공동체성'을 과연 나는 가지고 있을까? 시대적 상황이 바뀐 만큼 공동체성의 가치도 변했다. 보다 보편적 인권이 중요시되고, 초국가적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에도 추구해야 할 공동체성이 있다. 이를테면 어떠한 상황에서 조차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유지하고자 하는 공동체성, 사람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공동체성,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환경 보호의 가치를 지닌 공동체성 등이다. 시대에 맞는 공동체성을 나는 안중근 의사만큼 뜨겁게 열망하고 있지 못한다.


장부가 세상에 있음이여,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
안중근 - 장부가

추구해야 할 공동체성은 조금만 눈을 돌려도 쉬이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뜨거움"이다. 안중근 의사가 지은 장부가에서처럼 현재 당면한 많은 사회문제들이 안중근 의사와 같은 영웅들을 만들고, 사회의 '뜨거운 공동체성'을 가진 많은 영웅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열망하고 나아가 나부터 행동해야 한다. 마치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독립운동하듯이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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