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적응기

대기업에서 IT 회사로

by avg eighty seven


새 회사에서 일한지 3개월이 되었다. 그 사이 두 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마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의하고 있다. 확실히 IT 회사의 호흡이 빠름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기획하는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반영되고 구체화되는 것을 보며 가시적인 보람도 느낀다.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은 부족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만큼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일하는 구성원 모두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별한 허세가 없어 좋다. 기존 회사의 차부장님들이 단어 하나에 천착하며 한땀한땀 해내가던 업무들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프로세스이다. CEO에게 직보가 올라가도 기획자가 생각한 날 것의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리포팅 될 수 있다. 리포트가 완성되어 보고를 앞두고 톤앤매너를 위해 일주일은 써야했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모니터에 보고서를 띄우고 여러 명이 둘러 앉아 조심스레 단어를 건내야만 했던 시간들이 한 명의 입으로 단축이 되는 만큼 빠르고 시원하다. 물론 그만큼 한 명에 주어지는 책임감은 크다. 자신이 한 말에 자신이 책임만 질 수 있다면 이 쪽은 그야말로 일궈나갈 곳이 많은 노다지 땅이다.


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제 이 곳에서 일해야 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스크럼 미팅, 워크샵, 온라인 협업, 리포팅 등의 일련의 과정에 나만큼이나 적응력이 높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대기업의 타성에 젖은지 오래였는지라 꽤나 애를 먹어야만 했다. 어쨌든 적응의 단계를 마치고 이젠 제법 능숙하게 툴들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아웃풋은 인정을 받고, 이번엔 탑다운이 아닌 자체 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성장하는 느낌이다. 두서없이 일기처럼 썼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지는 찬찬히 숨을 돌려가며 정리해보려 한다.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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