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으려니
잠시 기다리라며
의자가 삐뚤어져있진 않은지
쿠션의 위치가 우울해 보이진 않는지
점검하는 주인장의 손길이 고맙고
인심 좋게 리필해 주는 커피에 기분이 살아
넘들이 먹고 간 케이크 접시까지
말끔하게 씻어놓고 싶은 마음.
심장 뒤쪽에 꽁꽁 숨겨놓고
맘 시릴 때 몰래 꺼내보는 짝사랑 오빠를 만난 것 마냥
들뜨고 설레는 곳.
보물 같은 곳을 함께 발견해 놓고
여긴 앨리스가 살 것 같지 않느냐
이 굴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면 어쩌냐
소녀처럼 좋아하던 친구들이 있어
어쩜 나랑 이리 죽이 잘 맞을까
마냥 푹 빠지고 싶은 시간들.
유유상종
이라고들 한다.
내 옆에 있는 그녀들, 그들이 바로
내 수준의 바로미터 일 것이다.
수준이라는 것이
꼭 경제나 사회적 지위를 뜻하는 것은 아닐 테니.
그래서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대할때면
그 주변인들을 한번 더 보게 된다.
그러고는 깜짝 놀란다.
나도 모르게
내가 내 주변인들을 욕 먹이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같이 달콤한 티타임을 위해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구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