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진 Apr 27. 2016

하노이를 걷다3

문묘에서 만난 하노이의 소녀들


문묘로 들어가요
입구에 서니 매표소 앞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있네요
입장료가 3만동, 천오백원이예요


제 차례가 되어 한장이요! 말하고 보니
앞쪽에 영어로 문묘를 소개한 팜플렛이 있네요
완전해석은 불가하겠지만 그거라도 볼까해서 손을 가져가니
매표소 아줌마가 손등을 탁치며 세븐싸우즌!
하는거에요

이런 시발스런 경우가 다 있나요
손이 겨우들어가는 좁은 창구를 통해 있는 힘껏 입장료를 집어던져 보지만 정확히 아줌마 손 앞에 떨어져요
알아듣지 못 하겠지만 욕이라도 해줄 걸 그랬죠




화를 삭히며 걸음을 옮겨요
한국 어르신 단체 관광객이 오셨네요
고맙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걸으면서
가이드 설명을 도청해요

제가 자주하는 행위죠

어느 곳을 여행하든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없는 곳은 없었어요 훔쳐 듣는 거 알면서도 뭐라하시는 분 또한 없습니다



여긴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위패를 모신곳이고
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이름이 거북이 등 위의 돌에 새겨져 있으며
업적이 클 수록 크게 새겨 주었다는 정보도 공짜로 얻습니다

동남아시아엔 토끼가 없어서 열 두띠 중 토끼묘 대신 고양이묘를 쓴다는 정보도 함께요

앞으로 가봅니다


화사한 봄꽃들이 움직이네요
아오자이를 입은 어린 여인들이예요


졸업사진을 찍는 것 같은데요

학생들 앞에는 이들보다 더 많은 수의 외국인들이 이들을 찍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가요?
물었어요 역시 못알아듣네요
서둘러 선생님을 불러요
얘들은 18살 고등학생들이고 여행 겸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거랍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곧장 엑소와 빅뱅이야기로 들어가요
역시나 한류스타 이야기를 하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네요
아이돌 오빠들 너무 고마워요
아이들보다 선생님이 더 들떠서 히트곡을 읊는데 전 모르는 거죠
담엔 멤버 이름이랑 히트곡 정도는 외워와야 겠네요

"얘네 너무 예뻐서 그런데 사진을 좀 찍어도 될까?"
"그럼! 마침 우리 토포존에 가서 찍을껀데 같이가
너도 우리랑 같이 찍자"
"아냐 18살 사이에 들어가면 내가 어떻게 보이겠어
그냥 난 니들찍을게"
선생님이 뭐라고 아이들에게 통역을 해요
아마도 '이 아줌마가 오징어처럼 보일까바 니들하고 사진 안 찍는단다' 라고 했겠지요
아이들 몇명이
'왜이래요 같이 찍어요'
하면서 어색하게 서있는 제 주위로 서요
아. . . 싫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분칠을 좀 하고올 걸 그랬지요
딱 엉겨붙은 18살 꽃처녀들의 부드러운 가슴이 양팔에 느껴지네요
변태같지만 황홀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하노이를 걷다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