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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Apr 28. 2016

하노이를 걷다4

하노이의 프랑스인

걷다보니 세자녀를 데리고 여행하는 엄마들이 자주 보이네요



국적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세아이 엄마들은 대체로 지쳐보여요

감성을 충전하려고 떠나온 여행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다는 자체가 현실로 부터 멀어질 수 없게 만들죠

아파 배고파 무서워

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우선반응 하다보

언제나 제 욕구는 미뤄니까요


지금은 혼자 나와있으니 오감이 하노이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네요

맘껏 즐겨야 겠어요


시장도 참 재밌네요

누군가의 세탁기를 옮기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죄다 동원이 되고



양쪽 어깨에 이고 가다 털썩 내리면




그 자리가 바로 생선가게가 되고



 쌀국수집이되고



 과일가게가 됩니다



이동모자가게



 꽃가게



금붕어가게도 있네요



건물외벽에 들어선 야외미용실도 간간히 눈에 띕니다


예쁜 그림과 함께 이름을 새겨주는 나무도장도




친한 친구들의 영문이름을 알려드리고

도장을 파는 사이에

마음에 드는 외관을 지닌 카페를 찾아

들어갑니다

간판에서 부터 프랑스 빵냄새가 나는 카페네요




현대적인 바에 테이블 네개를 갖춘 이곳은

문을 열자 안에 있던 손님들이 종업원보다 먼저 환영을 해요

봉쥬르~




프랑스인은 카페에서 만난 이들과는 모두 친구가 된다는 글을 읽은적이있어요

분명 말을 걸것 같은데. . .

영어로 대화를 이어갈 생각을 하니 뒷목이 뻐근해지는데요

잘못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 나가려다

앉습니다

더 걸을 힘이 없어요



베트남은 세계 3대커피 산지입니다

칵테일 만들듯 스뎅에 넣고 마구 흔들어

거품을 낸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진하고 부드러워요

은 제가 먹어본 것 중에 최고네요

크로와상은 자고로 우리의 빠리바게뜨가 최고라 여겼던 제 생각이 바뀔 정도로요


우려했던 순간이 다가왔어요

찍은사진을 정리하는데

화면을 힐끗 보더니 말합니다

"너도 문묘 다녀왔어?"

"응~"

"근데 아무리 봐도 거기 성인 다섯명이 똑같이 생겼어 안그래?"

물론 그래요 하지만. . . 

왠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을 때 있죠



"자세히 봐바

한명은 눈꼬리가 좀 올라갔고

한명은 눈썹이 아치형이잖아

이사람 코는 옆으로 넓고

이사람은 입술이 두텁지

"아!  진짜 그렇구나

동양인들 얼굴을 잘 구분 못하겠어"

"응 이해해

나도 멧 데이먼하고 디카프리오하고 똑같아보이거든"

"오! 말도 안돼!

그둘이 어떻게 같애?"

"브루스 윌리스랑 너랑 같이 있어도 구분 못할껄?"

옆에있던 그의 친구들이 음료수를 코로 내뿜네요

옆에서 제가 하는말이 문법적으로 맞는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한국인만 함께하지 않는다면

전 꽤 괜찮은 영어회화 실력을 갖춘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루스윌리스가 빙의된 프랑스인은

사진을 고르는 내내 재잘댑니다

여행노트를 쓰려니

제가 쓰는 한글이 신기하다고

지금도 계속 쳐다보는 중이죠

"저리가라 브루스~~"라고 쓰고

생각에 잠긴 척을 합니다


"이거 중국어야?"

"뭐? 내가 분명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텐데"

"한국인은 한국말을 써?"

"응. 프랑스인은 아직 독일어를 쓰지?"

"무슨소리야 우린 프랑스어를 쓰지

프랑스어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널리 쓰인다구"

'너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 .

그리고 왜 널리 쓰이는지 이유를 알고 있다면 그렇게 자랑스러워 할 수도 없을텐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지 않아요

5대1로 싸우기도 겁나지만

너무 길어서 영어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해서요

프랑스인은 좀 웃겨요

프랑스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사상을 지겹게 내세우면서도

그 많은 나라들을 식민지 삼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해하긴 커녕 자랑스러워 하니까요


"알어. 사실 나도 고등학교때 불어를 배웠어 생각나는건 봉쥬르 꼬몽딸레부 밖에 없지만. . "


말하고나서 노트를 보니

제일 위에 4월을 제가 한자로 썼군요

어디에서 중국어로 오해를 하게 되었는지 알것도 같네요

아. . . 4월

지금은

4월이네요

떠올릴때마다 잔인한 4월이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야!  브루스 윌리스! 너도 좀 가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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